2010.04.10 07:21
참 그놈 간풀구만!
조회 수 12566 추천 수 8 댓글 0
참 그놈 간풀구만!
‘간풀다’는 그 뜻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표준어의 ‘짓궂다’나 문화어의 ‘장난궂다’에 대응하는 고장말로, 주로 경남과 전남의 일부 지역에서 쓰이는 말이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서희의 몸종 봉순이가 지난날을 돌이켜 보며 열한 살짜리 꼬마 신랑의 모습을 그려내는 한 대목을 읽다 보면 그 뜻을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열여섯에 시집을 갔는데, 가니께 신랑 나이가 열한 살이더마. 게다가 우찌나 간풀던지 여름이믄 또랑에서 미꾸라지 잡노라고 옷이 흙에 범벅이 되고 겨울이믄 얼음판에서 온종일 미끄럼을 타는 바람에 바지 밑바닥이 성할 날 없었고 날이믄 날마다 연날리기, 연실에 손 비이기는 일쑤고 그래가지고 돌아오믄 이눔으 가씨나야! 니 때문에 손 비었다 하믄서 머리끄뎅이를 잡아끌고, 그래도 서방님이라구 말대꾸 한분 못하고 살았지.”
‘옷에 흙 범벅, 바지 밑바닥에 구멍내기, 제 각시 머리채 잡기’ 등 열한 살 꼬마 신랑은 온갖 말썽을 다 피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순의 긴 회한 속에서 꼬마 신랑의 철없는 행동은 밉살스럽기도 하지만, 때론 귀엽고 살갑게 비치면서, ‘간풀다’라는 한 단어로 표현된다. 이처럼 ‘간풀다’는 너무 짓궂어서 밉살스럽다는 뜻으로도 쓰이지만, 행동이 귀엽고 살가울 때에도 쓰는 고장말이다. “아따 나가 젊었을 직이 을매나 간풀었는 중 안가?”(<겨레말큰사전>)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9359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5896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20764 |
3436 | 暴 (포와 폭) | 바람의종 | 2011.11.10 | 15441 |
3435 | 히읗불규칙활용 | 바람의종 | 2010.10.21 | 14087 |
3434 | 히로뽕 | 바람의종 | 2008.02.20 | 13119 |
3433 | 흰 백일홍? | 風文 | 2023.11.27 | 2146 |
3432 | 희쭈그리 | 바람의종 | 2008.02.29 | 13906 |
3431 | 희망 | 바람의종 | 2007.10.11 | 11272 |
3430 | 흥정 | 바람의종 | 2009.06.09 | 10101 |
3429 | 흡인력, 흡입력 | 바람의종 | 2009.11.12 | 15845 |
3428 | 흡연을 삼가 주십시오 | 바람의종 | 2008.03.08 | 16356 |
3427 | 흙성과 가린여흘 | 바람의종 | 2008.05.31 | 11316 |
3426 | 흘리대·흘리덕이 | 바람의종 | 2008.07.21 | 9610 |
3425 | 흐리멍텅하다 | 바람의종 | 2009.11.09 | 13598 |
3424 | 흉칙하다 | 바람의종 | 2009.02.02 | 16399 |
3423 | 흉내 / 시늉 | 바람의종 | 2009.09.07 | 11904 |
3422 | 휴거 | 바람의종 | 2007.10.10 | 15357 |
3421 | 휫바람, 휘바람, 휘파람 | 바람의종 | 2009.06.30 | 15728 |
3420 | 휘호 | 바람의종 | 2008.11.13 | 11020 |
3419 | 휘하 | 바람의종 | 2007.10.09 | 13559 |
3418 | 휘파람새 | 바람의종 | 2009.09.03 | 12173 |
3417 | 휘발성 | 바람의종 | 2010.08.07 | 14938 |
3416 | 휘거 | 風文 | 2014.12.05 | 25224 |
3415 | 훈훈하다 | 바람의종 | 2007.11.09 | 136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