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3.02 22:16

깔끔하지 못한 말

조회 수 7881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깔끔하지 못한 말

골프 경기에서 한 선수가 친 공이 해저드 깊숙한 곳으로 날아가, 다음 플레이가 아주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이때 중계방송 해설자가 말했다.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우리말의 깔끔하지 못한 부분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해설이었다. 우리말은 서술어가 문장의 마지막에 오기 때문에 자칫하면 주술 관계가 틀어지기 쉽다. 또 문장 마지막의 서술어는 한 단어로 끝나지 않고 다른 말이 이어 붙기 쉽다.

해설을 꼼꼼히 살펴보자. “최악의 상황입니다” 하면 깔끔하게 정리된다. 해설도 이렇게 끝낼 일이다. 그런데 ‘상황’에 ‘이라고’라는 조사를 붙여 ‘상황이라고’로 한 다음 ‘말씀드리다’를 이어 붙였다. ‘말씀드립니다’로 끝냈으면 차선은 되겠는데, ‘드립니다’를 관형형 ‘드릴’로 만들어 다시 의존명사 ‘수’와 이어 놓았다. 의존명사 ‘수’에 조사를 붙여 ‘수가’로 만든 다음 ‘있습니다’라는 말을 이었다. ‘있습니다’에는 또 선어말어미 ‘겠’을 넣어 ‘있겠습니다’로 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짧은 문장에 얼마나 많은 굴절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해설 문장에 문법적 오류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말을 이렇게 쓰기 때문에 깔끔하지 않고 나아가서는 불명확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말을 이렇게 하는 것은 단정적으로 말했을 때 오는 ‘책임’을 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깔려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909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561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0545
1390 으시시, 부시시 바람의종 2009.07.23 7941
1389 백넘버, 노게임 바람의종 2011.11.13 7935
1388 생잡이·생둥이 바람의종 2008.07.12 7931
1387 보약 다리기 바람의종 2008.09.25 7929
1386 헬스 다이어트 바람의종 2009.04.14 7928
1385 매무시 風磬 2006.11.26 7927
1384 굴착기, 굴삭기, 레미콘 바람의종 2008.10.17 7927
1383 바람의종 2009.07.31 7926
1382 비만인 사람, 비만이다 바람의종 2009.09.29 7924
1381 마초 바람의종 2010.03.14 7922
1380 해거름, 고샅 바람의종 2008.10.11 7922
1379 진짜 바람의종 2010.04.30 7919
1378 커닝 바람의종 2009.10.27 7917
1377 늘이다 / 늘리다 바람의종 2008.05.22 7915
1376 오누이 바람의종 2008.03.31 7914
1375 한참, 한창 바람의종 2008.10.29 7912
1374 나그내 file 바람의종 2009.11.03 7911
1373 꽝포쟁이 바람의종 2008.03.25 7910
1372 갈가지 바람의종 2009.07.30 7910
1371 터물·더믈 바람의종 2008.04.28 7908
1370 우레, 우뢰 바람의종 2009.08.02 7908
1369 자주꽃방망이 바람의종 2008.03.29 790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