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3.02 22:16

깔끔하지 못한 말

조회 수 7927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깔끔하지 못한 말

골프 경기에서 한 선수가 친 공이 해저드 깊숙한 곳으로 날아가, 다음 플레이가 아주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이때 중계방송 해설자가 말했다.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우리말의 깔끔하지 못한 부분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해설이었다. 우리말은 서술어가 문장의 마지막에 오기 때문에 자칫하면 주술 관계가 틀어지기 쉽다. 또 문장 마지막의 서술어는 한 단어로 끝나지 않고 다른 말이 이어 붙기 쉽다.

해설을 꼼꼼히 살펴보자. “최악의 상황입니다” 하면 깔끔하게 정리된다. 해설도 이렇게 끝낼 일이다. 그런데 ‘상황’에 ‘이라고’라는 조사를 붙여 ‘상황이라고’로 한 다음 ‘말씀드리다’를 이어 붙였다. ‘말씀드립니다’로 끝냈으면 차선은 되겠는데, ‘드립니다’를 관형형 ‘드릴’로 만들어 다시 의존명사 ‘수’와 이어 놓았다. 의존명사 ‘수’에 조사를 붙여 ‘수가’로 만든 다음 ‘있습니다’라는 말을 이었다. ‘있습니다’에는 또 선어말어미 ‘겠’을 넣어 ‘있겠습니다’로 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짧은 문장에 얼마나 많은 굴절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해설 문장에 문법적 오류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말을 이렇게 쓰기 때문에 깔끔하지 않고 나아가서는 불명확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말을 이렇게 하는 것은 단정적으로 말했을 때 오는 ‘책임’을 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깔려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재욱/시인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61682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23136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03Mar
    by 바람의종
    2010/03/03 by 바람의종
    Views 7407 

    검식, 감식

  5. No Image 03Mar
    by 바람의종
    2010/03/03 by 바람의종
    Views 7675 

    애시당초

  6. No Image 03Mar
    by 바람의종
    2010/03/03 by 바람의종
    Views 11296 

    ‘Mac-,Mc-’의 한글 표기

  7. No Image 03Mar
    by 바람의종
    2010/03/03 by 바람의종
    Views 8913 

    동서남북 순서

  8. No Image 03Mar
    by 바람의종
    2010/03/03 by 바람의종
    Views 12618 

    코펠

  9. No Image 03Mar
    by 바람의종
    2010/03/03 by 바람의종
    Views 11692 

    의학 용어

  10. No Image 02Mar
    by 바람의종
    2010/03/02 by 바람의종
    Views 12889 

    밥힘, 밥심

  11. No Image 02Mar
    by 바람의종
    2010/03/02 by 바람의종
    Views 9038 

    스크린 도어

  12. No Image 02Mar
    by 바람의종
    2010/03/02 by 바람의종
    Views 11634 

    들르다와 들리다의 활용

  13. No Image 02Mar
    by 바람의종
    2010/03/02 by 바람의종
    Views 10213 

    넥타이는 매고,배낭은 멘다

  14. No Image 02Mar
    by 바람의종
    2010/03/02 by 바람의종
    Views 6184 

    그르이께 어짤랑교?

  15. No Image 02Mar
    by 바람의종
    2010/03/02 by 바람의종
    Views 7927 

    깔끔하지 못한 말

  16. No Image 28Feb
    by 바람의종
    2010/02/28 by 바람의종
    Views 8199 

    각각 / 씩

  17. No Image 28Feb
    by 바람의종
    2010/02/28 by 바람의종
    Views 17680 

    ~데 반해 / ~데 비해

  18. No Image 28Feb
    by 바람의종
    2010/02/28 by 바람의종
    Views 9781 

    장수와 장사

  19. No Image 28Feb
    by 바람의종
    2010/02/28 by 바람의종
    Views 12785 

    호나우두(Ronaldo)와 호날두(Ronaldo)

  20. No Image 28Feb
    by 바람의종
    2010/02/28 by 바람의종
    Views 9048 

    블루스

  21. No Image 25Feb
    by 바람의종
    2010/02/25 by 바람의종
    Views 14042 

    폭발, 폭팔, 폭파시키다

  22. No Image 25Feb
    by 바람의종
    2010/02/25 by 바람의종
    Views 9896 

    초콜릿, 발렌타인데이

  23. No Image 25Feb
    by 바람의종
    2010/02/25 by 바람의종
    Views 10140 

    썩이다와 썩히다

  24. No Image 25Feb
    by 바람의종
    2010/02/25 by 바람의종
    Views 9874 

    강다짐

  25. No Image 25Feb
    by 바람의종
    2010/02/25 by 바람의종
    Views 8307 

    북녘의 경제 용어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