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
“이 기간 중국은 10.1%, 인도는 8%, 러시아는 6.9%씩 성장했다. 아시아 경쟁국인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도 5.2~6.3%씩 성장해 우리보다 1~2%포인트씩 높았다.”
신문 사설에서 잘라온 문장이다. 문장에는 ‘-씩’이 세 번 들어갔다. ‘-씩’은 같은 수효로 나뉘거나 반복됨을 뜻하는 접미사다. 가령 다섯 사람 앞에 사과 열 개를 내놓으면서 한 사람이 두 개씩 먹으라고 했는데, 세 사람은 두 개를 먹고, 한 사람은 세 개를 먹고, 또 한 사람은 한 개를 먹었다면 이는 두 개씩 먹은 것이 아니다. 이 결과를 두고 “평균 두 개씩 먹었다”고 할 수는 있다. 이처럼 ‘-씩’은 수학적 엄격성을 요구하는 말이다.
그런데 중국, 인도, 러시아 세 나라의 성장률이 각각 다른데 ‘-씩’을 써서 이상한 말을 만들어 놓았다. 세 나라의 성장률에다 ‘-씩’을 쓰기 위해서는 세 나라의 성장률이 같아야 한다. ‘러시아는 6.9%씩’이라고 했는데, 러시아는 그 이전 몇 년간 같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말인가? 그것도 아니다. 앞에 ‘이 기간’이라고 명시해 두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1~2%포인트씩 높았다”고 했는데, 이것도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1이면 1이고, 2면 2가 되어야지 ‘1~2’라는 구간 숫자에다 ‘-씩’을 쓰면 어색하다. 여러 경쟁국의 성장률을 살펴보니 상당수가 1%포인트, 또 나머지 상당수가 2%포인트 높다면 ‘1~2’라는 구간 숫자를 쓸 수 있다. 대체로 ‘1~2%포인트’라면 ‘-가량’을 쓰면 된다.
우재욱/시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7379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4006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8855 |
2050 | 무단시 왜 그리 쌓소! | 바람의종 | 2010.01.28 | 7658 |
2049 | 무더위 | 바람의종 | 2009.02.17 | 6606 |
2048 | 무더위 | 바람의종 | 2009.08.29 | 6009 |
2047 | 무더위 | 바람의종 | 2010.07.09 | 7563 |
2046 | 무더위, 불볕더위 | 바람의종 | 2012.05.18 | 7485 |
2045 | 무데뽀 | 바람의종 | 2008.02.12 | 8718 |
2044 | 무데뽀, 나시, 기라성 | 바람의종 | 2008.07.29 | 6901 |
2043 | 무동태우다 | 바람의종 | 2007.05.09 | 8824 |
2042 | 무량대수 | 바람의종 | 2008.04.16 | 8174 |
2041 | 무료와 공짜 | 바람의종 | 2009.10.27 | 8771 |
2040 | 무릎노리 | 바람의종 | 2008.02.01 | 8887 |
2039 | 무색케, 도입케 / 무색게, 도입게 | 바람의종 | 2012.07.03 | 8664 |
2038 | 무술과 글쓰기, 아버지의 글쓰기 | 風文 | 2022.09.29 | 1533 |
2037 | 무적쇠·구즉이 | 바람의종 | 2008.07.01 | 6755 |
2036 | 무제한 발언권 | 風文 | 2021.09.14 | 849 |
2035 | 무진장 | 바람의종 | 2007.07.04 | 7408 |
2034 | 무크(지) | 바람의종 | 2009.11.08 | 7530 |
2033 | 묵어 불어 | 바람의종 | 2009.07.14 | 6617 |
2032 | 묵음시롱 | 바람의종 | 2009.05.12 | 6342 |
2031 | 문어발 / 징크스 | 風文 | 2020.07.02 | 1955 |
2030 | 문외한 | 바람의종 | 2007.07.05 | 8793 |
2029 | 문장의 앞뒤 | 바람의종 | 2010.01.10 | 82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