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와 아부라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지만 경제개발 시대에 흔히 쓰던 말 가운데 ‘신작로’(新作路)가 있었다. 글자 그대로 ‘새로 만들어진 길’인데, 그 시절에는 어른 주먹만한 돌멩이들이 깔려서 울퉁불퉁한 자갈길도 충분히 신작로 자격을 갖추었지만 지금은 아스팔트가 깔끔하게 깔리고 차선이 반듯하게 그려진 자동차 도로여야 아마 신작로라 불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스팔트’(asphalt)는 영어로서 석유를 정제할 때 잔류물로 얻어지는 고체나 반고체의 검은색이나 흑갈색 탄화수소 화합물을 일컫는다. 영어 발음을 대상으로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적으면 ‘애스폴트’ 또는 ‘애스팰트’가 되지만 일본말 ‘아스화루토’(アスファルト)의 영향을 받았거나 아니면 철자를 보고 라틴말 식으로 받아 적은 탓인지 ‘아스팔트’로 굳어졌다.
아스팔트 도로를 만들 때 그 찐득한 원료가 길옆에 조금 떨어지면 아이들이 나무막대로 찍어서 그것을 덩어리지게 하여 가지고 놀았었다. 그 원료를 ‘아부라’라고 불렀는데, 아부라가 동그랗게 굳으면 거무튀튀한 색깔과 몰캉몰캉한 겉면의 촉감이 특이해서 며칠 동안의 장난감으로 충분했었다.
‘아부라’는 굳기름이란 뜻의 일본말 ‘아부라’(あぶら, 脂·膏)로 보인다. 발음이 같으며 뜻도 유사한 다른 ‘아부라’(あぶら, 油)도 있으나, 이는 일반적인 기름을 가리키므로 우리 외래어 ‘아부라’의 어원이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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