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1.14 02:53

안 본 지

조회 수 7581 추천 수 1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안 본 지

의존명사 ‘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때로부터 지금까지의 동안을 나타낸다. 여기서 ‘어떤 일이 있었던 때’는 마지막으로 있었던 때이다. “서울에 가본 지 오래되었다”고 하면 서울에 마지막으로 가본 때로부터 오래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표현에 긍정형과 부정형이 혼동되어 쓰이고 있다. “서울에 안 가본 지 오래되었다”도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필자에게 ‘그런 신문 안 본 지 오래됐습니다’라는 가시 돋친 말을 던지곤 했다.” 중앙 일간지 칼럼에서 잘라온 문장이다. ‘그런 신문 본 지’라고 해야 할 것을 ‘그런 신문 안 본 지’라고 하고 있다. 긍정형과 부정형이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그런 신문’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200일 전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그런 신문 본 지 200일 됐습니다’ 하면 정확한 표현이다. 이 말을 부정형으로 하여 ‘그런 신문 안 본 지 200일 됐습니다’ 하면 왜 잘못된 표현일까? ‘안 본 지’라고 했기 때문에 안 본 마지막 날로부터 셈해야 하는데, 안 본 마지막 날은 어제다. 따라서 ‘안 본 지’ 하루밖에 안 된다. ‘본 지’ 오래된 것이지 ‘안 본 지’ 오래된 것이 아니다. 흔히 화용론을 들먹이면서 이런 잘못을 덮으려 하는데 안 될 일이다. 물론 화용론에서는 잘못된 말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잘못된 말이라는 전제 속에서, 잘못된 말이라도 실제로 어떻게 소통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지, 잘못된 말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350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020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4840
1456 승냥이 file 바람의종 2010.01.11 10832
1455 부릅뜨다 file 바람의종 2010.01.11 8837
1454 오고셍이 돌려줬수왕! file 바람의종 2010.01.11 7408
1453 긴장하다와 식반찬 바람의종 2010.01.11 9064
1452 트랜스 바람의종 2010.01.11 11271
1451 박빙, 살얼음 바람의종 2010.01.11 10966
1450 몸알리 바람의종 2010.01.14 7928
» 안 본 지 바람의종 2010.01.14 7581
1448 대체나 그렇네 잉! 바람의종 2010.01.14 7995
1447 기록은 ‘경신’,계약은 ‘갱신’ 바람의종 2010.01.14 11065
1446 ‘붇다’와 ‘붓다’의 활용 바람의종 2010.01.14 11947
1445 부득이하게? ‘부득이’면 족하다 바람의종 2010.01.14 17541
1444 응큼, 엉큼, 앙큼 바람의종 2010.01.14 14057
1443 발음상의 특징 바람의종 2010.01.15 8141
1442 딤섬 바람의종 2010.01.15 8616
1441 개밥바라기 바람의종 2010.01.15 8299
1440 파열음 바람의종 2010.01.15 10328
1439 냄비, 남비 바람의종 2010.01.15 13489
1438 그저, 거저 바람의종 2010.01.15 7928
1437 말 비틀기(1) 바람의종 2010.01.18 9760
1436 거진 다 왔소! file 바람의종 2010.01.18 9783
1435 북한의 국화는 목란꽃 바람의종 2010.01.18 1413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