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12.04 16:46

실랑이

조회 수 9007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실랑이

지난주에 동의어를 설명하면서 “말은 본뜻에다 다른 뜻을 더하기도 하고 아예 다른 뜻으로 옮겨가기도 한다”고 했다. 어느 시점에서 어느 낱말의 형태와 의미가 특정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형태와 의미가 바뀌기도 한다는 말이다. ‘어리다’는 원래 ‘어리석다’는 뜻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뜻의 말이 되었다. 이화·동화·유추·오분석 등의 언어현상이 이런 변화를 일으킨다. 때로는 비유·상징 등의 수사(修辭)가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복지부 출입 기자와 잠시 실랑이를 벌였다.’ 신문 기사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실랑이’는 본래 ‘실랑이질’로서 남을 못살게 굴어 시달리게 하는 짓이란 뜻이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남을 괴롭히는 것이 실랑이였다. 양쪽이 서로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고 옥신각신하는 데는 ‘승강이’라는 말을 썼다. 기사 내용을 보면 출입기자와 벌인 것은 실랑이가 아니라 승강이였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은 ‘실랑이’에 ‘승강이’의 뜻을 보태놓았다. 두 말을 유의어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사전은 언어현상에 대해 다분히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기 때문에 언어대중이 많이 쓰는 말도 사전적 해석으로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사람이 그렇게 쓴다면 사전도 물러설 수밖에 없다. ‘말 나고 문법 났지, 문법 나고 말 났나’ 하는 빈정거림이 이럴 때는 설득력을 갖게 된다.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152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811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3006
1940 빌레 바람의종 2009.03.31 6720
1939 학여울 바람의종 2009.03.31 10653
1938 촌지(寸志) 바람의종 2009.03.31 6904
1937 꾀하다, 꽤, 꿰고 바람의종 2009.03.31 10434
1936 펜치 바람의종 2009.04.03 9542
1935 올빼미 바람의종 2009.04.03 7658
1934 우리애기 바람의종 2009.04.03 7047
1933 파랗네, 파레지다 바람의종 2009.04.03 10217
1932 귓밥을 귀후비개로 파다 바람의종 2009.04.03 10746
1931 스스로를? 바람의종 2009.04.09 5934
1930 가입시더 바람의종 2009.04.09 6712
1929 칼라, 컬러 바람의종 2009.04.09 7765
1928 준말 "럼" 바람의종 2009.04.09 10750
1927 뜨거운 감자 바람의종 2009.04.09 10604
1926 샹재 바람의종 2009.04.13 7057
1925 삐라·찌라시 바람의종 2009.04.13 6336
1924 명사형 바람의종 2009.04.13 7343
1923 바래, 바라 바람의종 2009.04.13 9771
1922 피난, 피란 바람의종 2009.04.13 10339
1921 콧방울, 코빼기 바람의종 2009.04.14 11416
1920 헬스 다이어트 바람의종 2009.04.14 8118
1919 연도 / 년도 바람의종 2009.04.14 2804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