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12.04 16:46

실랑이

조회 수 8967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실랑이

지난주에 동의어를 설명하면서 “말은 본뜻에다 다른 뜻을 더하기도 하고 아예 다른 뜻으로 옮겨가기도 한다”고 했다. 어느 시점에서 어느 낱말의 형태와 의미가 특정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형태와 의미가 바뀌기도 한다는 말이다. ‘어리다’는 원래 ‘어리석다’는 뜻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뜻의 말이 되었다. 이화·동화·유추·오분석 등의 언어현상이 이런 변화를 일으킨다. 때로는 비유·상징 등의 수사(修辭)가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복지부 출입 기자와 잠시 실랑이를 벌였다.’ 신문 기사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실랑이’는 본래 ‘실랑이질’로서 남을 못살게 굴어 시달리게 하는 짓이란 뜻이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남을 괴롭히는 것이 실랑이였다. 양쪽이 서로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고 옥신각신하는 데는 ‘승강이’라는 말을 썼다. 기사 내용을 보면 출입기자와 벌인 것은 실랑이가 아니라 승강이였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은 ‘실랑이’에 ‘승강이’의 뜻을 보태놓았다. 두 말을 유의어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사전은 언어현상에 대해 다분히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기 때문에 언어대중이 많이 쓰는 말도 사전적 해석으로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사람이 그렇게 쓴다면 사전도 물러설 수밖에 없다. ‘말 나고 문법 났지, 문법 나고 말 났나’ 하는 빈정거림이 이럴 때는 설득력을 갖게 된다.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712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368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8682
2094 능소니 바람의종 2009.07.25 7846
2093 사음동과 마름골 바람의종 2008.06.23 7848
2092 옳은 말씀 바람의종 2009.03.18 7848
2091 푸석수염 바람의종 2008.05.08 7853
2090 선크림 바람의종 2009.12.01 7857
2089 꽝포쟁이 바람의종 2008.03.25 7858
2088 플래카드 바람의종 2009.07.27 7861
2087 ‘모라’와 마을 바람의종 2008.02.10 7862
2086 선보다 바람의종 2007.05.15 7864
2085 열쇠 바람의종 2008.01.14 7865
2084 터물·더믈 바람의종 2008.04.28 7866
2083 이따가, 있다가 바람의종 2009.06.30 7866
2082 몸알리 바람의종 2010.01.14 7868
2081 자주꽃방망이 바람의종 2008.03.29 7873
2080 강쇠 바람의종 2008.10.17 7874
2079 오누이 바람의종 2008.03.31 7875
2078 깔끔하지 못한 말 바람의종 2010.03.02 7876
2077 서낭당 風磬 2006.12.29 7876
2076 부부 금실 바람의종 2007.11.06 7877
2075 동포, 교포 바람의종 2008.10.04 7877
2074 수다 바람의종 2012.05.03 7881
2073 갈가지 바람의종 2009.07.30 788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