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12.04 16:44

할미새

조회 수 10163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할미새

메말랐던 조산천에 맑은 물이 소리를 내며 흐른다. 장맛비 덕분이다. 너무 반갑다. 냇물 주위에 사는 이들은 갑자기 넉넉해진 듯. 바랭이 이삭을 까먹으려는 아침 참새들이 바빠 보인다. 할미새도 한몫을 한다. 작은 할미새 새끼들이 어미를 따라서 참새들이 머물다 간 자리로 옮아 다니기도 하면서 아침거리를 찾아 날고 있다.

메밀꽃 필 무렵의 고향 마을에도 할미새들이 많이 날고 있을 것이다. 저 녀석들은 어렸을 적부터 할미새라 했을까. 새끼도 태어나면서부터 할머니가 되었을 리는 없고. 그렇다고 달리 할아버지 새도 없고. 냇물을 따라 할미새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저승으로 가신 외할머니가 떠오름은 어인 일인가.

얼핏 보아서는 까만 머리 밑으로 제비처럼 가슴패기 언저리에 흰 띠를 둘렀다. 영 석연치가 않다. 몇 녀석의 할미새들이 날아오름을 보며 긴 꼬리에 흰 줄기가 하얀 머리로 댕기를 늘어뜨리던 할머니 모습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그렇지. 본디 할미새는 검정이며 회색, 흰색의 깃을 한 무리가 많다. 마치 하얀 머리칼의 할머니와 같다는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그 이름과 달리 매우 부지런히 움직인다. 매우 바쁘다. 냇가 바위나 나뭇가지 위에서 꼬리를 쉴 새 없이 위아래로 흔들고 지저귄다.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숲으로 날아드는 새를 본다.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206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869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3479
1236 검불과 덤불 바람의종 2009.07.24 7742
1235 강추위 바람의종 2009.12.18 7736
1234 술이홀과 파주 바람의종 2008.04.22 7735
1233 성대묘사 바람의종 2011.12.05 7733
1232 밑과 아래 바람의종 2008.03.01 7727
1231 사사, 사숙 바람의종 2008.12.08 7727
1230 발강이 바람의종 2009.08.01 7725
1229 혈혈단신 바람의종 2007.12.24 7723
1228 다람쥐 file 바람의종 2009.08.02 7720
1227 아시저녁·아시잠 바람의종 2008.01.31 7719
1226 ‘오빠 부대’ 바람의종 2008.01.07 7717
1225 참나리 바람의종 2008.06.16 7716
1224 샌드위치 바람의종 2008.02.15 7714
1223 바늘방석 風磬 2006.11.26 7712
1222 울과 담 바람의종 2008.01.12 7708
1221 뜰과 마당 바람의종 2008.02.23 7708
1220 할증료 바람의종 2007.10.26 7708
1219 톨마 file 바람의종 2009.09.21 7707
1218 번지르한, 푸르른 바람의종 2009.03.24 7705
1217 올미동이 바람의종 2008.11.11 7703
1216 '식해(食)'와 '식혜(食醯)' 바람의종 2009.02.22 7701
1215 죽으깨미 바람의종 2009.05.04 770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