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12.04 16:44

할미새

조회 수 10144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할미새

메말랐던 조산천에 맑은 물이 소리를 내며 흐른다. 장맛비 덕분이다. 너무 반갑다. 냇물 주위에 사는 이들은 갑자기 넉넉해진 듯. 바랭이 이삭을 까먹으려는 아침 참새들이 바빠 보인다. 할미새도 한몫을 한다. 작은 할미새 새끼들이 어미를 따라서 참새들이 머물다 간 자리로 옮아 다니기도 하면서 아침거리를 찾아 날고 있다.

메밀꽃 필 무렵의 고향 마을에도 할미새들이 많이 날고 있을 것이다. 저 녀석들은 어렸을 적부터 할미새라 했을까. 새끼도 태어나면서부터 할머니가 되었을 리는 없고. 그렇다고 달리 할아버지 새도 없고. 냇물을 따라 할미새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저승으로 가신 외할머니가 떠오름은 어인 일인가.

얼핏 보아서는 까만 머리 밑으로 제비처럼 가슴패기 언저리에 흰 띠를 둘렀다. 영 석연치가 않다. 몇 녀석의 할미새들이 날아오름을 보며 긴 꼬리에 흰 줄기가 하얀 머리로 댕기를 늘어뜨리던 할머니 모습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그렇지. 본디 할미새는 검정이며 회색, 흰색의 깃을 한 무리가 많다. 마치 하얀 머리칼의 할머니와 같다는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그 이름과 달리 매우 부지런히 움직인다. 매우 바쁘다. 냇가 바위나 나뭇가지 위에서 꼬리를 쉴 새 없이 위아래로 흔들고 지저귄다.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숲으로 날아드는 새를 본다.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159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817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3044
1940 빌레 바람의종 2009.03.31 6720
1939 학여울 바람의종 2009.03.31 10653
1938 촌지(寸志) 바람의종 2009.03.31 6904
1937 꾀하다, 꽤, 꿰고 바람의종 2009.03.31 10434
1936 펜치 바람의종 2009.04.03 9546
1935 올빼미 바람의종 2009.04.03 7658
1934 우리애기 바람의종 2009.04.03 7047
1933 파랗네, 파레지다 바람의종 2009.04.03 10217
1932 귓밥을 귀후비개로 파다 바람의종 2009.04.03 10746
1931 스스로를? 바람의종 2009.04.09 5934
1930 가입시더 바람의종 2009.04.09 6712
1929 칼라, 컬러 바람의종 2009.04.09 7765
1928 준말 "럼" 바람의종 2009.04.09 10750
1927 뜨거운 감자 바람의종 2009.04.09 10604
1926 샹재 바람의종 2009.04.13 7057
1925 삐라·찌라시 바람의종 2009.04.13 6336
1924 명사형 바람의종 2009.04.13 7343
1923 바래, 바라 바람의종 2009.04.13 9771
1922 피난, 피란 바람의종 2009.04.13 10340
1921 콧방울, 코빼기 바람의종 2009.04.14 11417
1920 헬스 다이어트 바람의종 2009.04.14 8118
1919 연도 / 년도 바람의종 2009.04.14 2805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