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10.27 08:49

커닝

조회 수 8074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커닝

얼마 전 우리나라 한 대학교에서 기말시험을 치르는데 일부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교에서 이런 부정행위가 버젓이 벌어진다는 점에 적잖이 실망하게 되는데, 이것이 우리 사회의 도덕 불감증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에 공감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시험 부정행위를 일컫는 말로 어르신들이 쓰시던 ‘칸닝구’라는 외래어가 있었다. 이는 일본의 외래어 ‘간닝구’(カンニング)를 받아들인 결과로 보이는데, 일본어 사전을 보면 이 말은 영어 ‘커닝’(cunning)이 원어이다. 그런데 영어 ‘커닝’에는 ‘부정행위’라는 뜻은 없고, ‘교활한’ 정도에 어떻게든 연결될 수 있는 뜻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일본어의 ‘간닝구’는 원래 영어에 없는 일본식 영어이다.

우리가 쓰던 ‘칸닝구’는 ‘러닝’의 일본식 영어 ‘란닝구’(ランニング)처럼 일본식 영어 냄새가 진하게 나는 부분인 ‘구’가 빠진 ‘칸닝’ 혹은 ‘컨닝’으로 쓰이다가, 요즘은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커닝’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해도 어색한 말이기는 매한가지다. 우리가 우리 식으로 만든 콩글리시도 아니고 일본식 영어이기 때문이다.

시험에서 저지르는 부정행위를 영어로는 ‘속이다’라는 뜻의 ‘치팅’(cheating) 또는 ‘치트’(cheat)라고 하며, 우리가 ‘커닝 페이퍼’(cunning paper)라고 부르는 것은 ‘치트 시트’(cheat sheet)이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110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762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2580
1874 뽑다와 캐다 바람의종 2008.01.26 8428
1873 곰비임비 바람의종 2009.11.29 8430
1872 축제, 축전, 잔치 바람의종 2010.04.17 8434
1871 률과 율 바람의종 2008.04.16 8439
1870 야단벼락/혼벼락 바람의종 2007.11.04 8443
1869 접수하다 바람의종 2010.02.12 8447
1868 쿠테타, 앰플, 바리케이트, 카바이드 바람의종 2009.06.11 8454
1867 누리마루, 나래마루. 바람의종 2009.11.15 8455
1866 마음쇠 file 바람의종 2009.10.27 8457
1865 방송 용어 바람의종 2010.03.05 8457
1864 겨울 바람의종 2008.01.07 8458
1863 새의 꼬리 바람의종 2010.02.07 8461
1862 신청·청구 바람의종 2009.07.28 8462
1861 커브길 바람의종 2010.01.19 8466
1860 미어지다 風磬 2006.11.26 8467
1859 현수막, 횡단막 바람의종 2008.08.08 8477
1858 비박 바람의종 2009.05.12 8480
1857 필자 바람의종 2009.09.24 8485
1856 망오지·강아지 바람의종 2008.06.13 8486
1855 멘트 바람의종 2010.02.15 8487
1854 구렛나루, 구레나루, 구렌나루 / 횡경막 / 관자노리 바람의종 2008.11.03 8487
1853 산전수전 바람의종 2007.07.19 849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