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10.27 08:49

커닝

조회 수 7959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커닝

얼마 전 우리나라 한 대학교에서 기말시험을 치르는데 일부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교에서 이런 부정행위가 버젓이 벌어진다는 점에 적잖이 실망하게 되는데, 이것이 우리 사회의 도덕 불감증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에 공감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시험 부정행위를 일컫는 말로 어르신들이 쓰시던 ‘칸닝구’라는 외래어가 있었다. 이는 일본의 외래어 ‘간닝구’(カンニング)를 받아들인 결과로 보이는데, 일본어 사전을 보면 이 말은 영어 ‘커닝’(cunning)이 원어이다. 그런데 영어 ‘커닝’에는 ‘부정행위’라는 뜻은 없고, ‘교활한’ 정도에 어떻게든 연결될 수 있는 뜻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일본어의 ‘간닝구’는 원래 영어에 없는 일본식 영어이다.

우리가 쓰던 ‘칸닝구’는 ‘러닝’의 일본식 영어 ‘란닝구’(ランニング)처럼 일본식 영어 냄새가 진하게 나는 부분인 ‘구’가 빠진 ‘칸닝’ 혹은 ‘컨닝’으로 쓰이다가, 요즘은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커닝’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해도 어색한 말이기는 매한가지다. 우리가 우리 식으로 만든 콩글리시도 아니고 일본식 영어이기 때문이다.

시험에서 저지르는 부정행위를 영어로는 ‘속이다’라는 뜻의 ‘치팅’(cheating) 또는 ‘치트’(cheat)라고 하며, 우리가 ‘커닝 페이퍼’(cunning paper)라고 부르는 것은 ‘치트 시트’(cheat sheet)이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46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799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2936
2710 빼도 박도 못한다 바람의종 2008.02.24 11660
2709 삼팔 따라지 바람의종 2008.02.24 10464
2708 난친이 바위 바람의종 2008.02.24 7226
2707 중국의 언어 바람의종 2008.02.24 10424
2706 쓸개 빠진 놈 바람의종 2008.02.25 11749
2705 악바리 바람의종 2008.02.25 10083
2704 재개비 바람의종 2008.02.25 7151
2703 야코가 죽다 바람의종 2008.02.27 11045
2702 염병할 바람의종 2008.02.27 9903
2701 맑다와 밝다 바람의종 2008.02.27 6850
2700 이팝나무 바람의종 2008.02.27 11412
2699 오라질 바람의종 2008.02.28 10125
2698 오사리 잡놈 바람의종 2008.02.28 10026
2697 빛깔말 바람의종 2008.02.28 7139
2696 오살할 놈 바람의종 2008.02.29 24553
2695 육시랄 놈 바람의종 2008.02.29 18034
2694 희쭈그리 바람의종 2008.02.29 13646
2693 동남아 언어 바람의종 2008.02.29 7523
2692 새라새롭다 바람의종 2008.02.29 9461
2691 일본식 용어 - 가 바람의종 2008.03.01 8379
2690 밑과 아래 바람의종 2008.03.01 7527
2689 괭이눈 바람의종 2008.03.01 654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