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7.25 00:59

마름질

조회 수 8323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마름질

언어예절

문무(文武)를 보통 붓과 칼로 견준다. 실제로는 붓과 칼이 같이 놀 때가 많다. 말글을 부려 쓴다는 일이 칼질·난도질·가위질 그 자체인 때가 많은 까닭이다. 이름을 짓고 사물을 정의하고 판단하는 일이 칼질이자 마름질이며, 살을 쏘는 일과 닮았다.

어떤 사안을 두고 재단한다거나 마름질한다고 하면 옳고 그름을 헤아리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걸 이른다. 재고 자르고 깁고 하는 바느질꾼·재단사의 일을 빗댈 수 있다. 찧고 까불고 이러쿵저러쿵하는 일들도 마찬가지다. 말에 가시(뼈)가 들었다, 화살을 날린다, 날이 섰다, 말이 날카롭다고 하는 비유들에서도 붓과 칼이 같이 놂을 볼 수 있다.

남의 얘기를 듣지 않거나 두루 살피지 않고 속내를 모르는 처지에서 올바른 진단·판단을 하기 어렵다. 하물며 부드럽고 화합하는 말을 어떻게 바라랴.

마름질에도 틀(본)이 있어야 하고, 잘라낸 베를 대어 깁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이치를 세우고 엮는 논문·재판·해석 들에서 쓸모 있는 방식이지만, 일상 대화에서 각별히 따져서 확인할 때를 빼고서는 함부로 마름질하기를 삼갈 필요가 있다. 판단이 그릇될 수 있는데다, 자칫 오해나 감정을 사기 쉬운 까닭이다. 바라지도 않는 자리에서 배 놔라 감 놔라 하는 식의 간섭이나 훈수가 되기 십상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386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045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426
1874 필자 바람의종 2009.09.24 8388
1873 쥐오줌풀 바람의종 2008.07.28 8392
1872 합하 바람의종 2007.09.20 8392
1871 축제, 축전, 잔치 바람의종 2010.04.17 8395
1870 빈소와 분향소 바람의종 2010.09.08 8396
1869 안치다, 밭치다, 지게, 찌개 바람의종 2008.06.16 8399
1868 이같이, 이 같은 바람의종 2008.11.29 8399
1867 본데없다 바람의종 2008.01.12 8400
1866 곰비임비 바람의종 2009.11.29 8405
1865 날래 가라우! 바람의종 2009.10.06 8406
1864 볼멘소리 바람의종 2010.09.03 8406
1863 속과 안은 다르다 / 김수업 바람의종 2007.08.31 8406
1862 갈치, 적다, 작다 바람의종 2008.10.25 8406
1861 문화어에 오른 방언 바람의종 2010.02.06 8408
1860 호구 바람의종 2007.09.28 8408
1859 물어름 바람의종 2008.02.12 8412
1858 밸과 마음 바람의종 2008.04.09 8414
1857 방송 용어 바람의종 2010.03.05 8416
1856 미어지다 風磬 2006.11.26 8419
1855 마음쇠 file 바람의종 2009.10.27 8421
1854 애물단지 風磬 2007.01.19 8422
1853 접수하다 바람의종 2010.02.12 842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