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
언어예절
따지거나 욕을 들으면 부아가 난다. 일을 하다 보면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원인·이유를 들추기 마련이다. 그런 때 탓·까닭·때문 … 같은 말을 쓴다.
본디 ‘까닭·때문’은 가치판단에서 중립인데, 특히 ‘때문’을 남발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말도 글도 딱딱해지게 된다. ‘탓’은 잘못된 일에서 그 원인·책임을 짚을 때 쓰며, 떠넘기기·핑계들과 어울려 쓰인다.
“이웃 식당 때문에 장사 안 돼” “너 때문이야!” “뉴칼레도니아는 독립 때문에 논란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때문’은 ‘탓’에 가깝다. 그런 말투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 ‘독립 때문에’는 ‘독립을 두고, 독립 문제로’로 바꿔 쓸 일이다.
십수년 전 천주교 쪽에서 ‘내탓이오!’ 운동을 벌인 적이 있는데, 잘못된 일을 남 탓, 곧 네 탓으로 돌리는 풍토를 바로잡고자 벌인 갸륵한 운동이었다.
같은 말이라도 ‘이유·원인’보다는 ‘까닭’이 머리(이성)로 말하고 받아들이기에 성금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는 ‘그래서·그러기에·그러므로’처럼 다른 어찌말이나 ‘-에·-므로’ 따위 토씨로 대신하면 거슬리는 ‘때문’을 덜 쓸 수 있다.
‘덕분·덕택·덕’은 다소 과장되게 쓰더라도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말이다.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잘못된 일에까지 ‘덕분’을 쓴다면 반어법이 될 터인데, 이도 사심없이 쓴다면 탓할 게 없겠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40710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87133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02257 |
1672 | 믜운이 | 바람의종 | 2009.02.07 | 8746 |
1671 | 쉼표 하나 | 바람의종 | 2010.07.12 | 8746 |
1670 | '꾀임'에 당하다 | 바람의종 | 2011.11.28 | 8746 |
1669 | 방금 | 바람의종 | 2011.10.27 | 8750 |
1668 | 파이팅 | 바람의종 | 2009.06.01 | 8751 |
1667 | 서나서나 허소! | 바람의종 | 2009.12.14 | 8757 |
1666 | 파국 | 바람의종 | 2007.09.01 | 8760 |
1665 | 어미 ‘ㄹ게’ | 바람의종 | 2010.05.06 | 8765 |
1664 | 한테·더러 | 바람의종 | 2009.05.02 | 8766 |
1663 | 여성상과 새말 | 바람의종 | 2007.11.04 | 8767 |
1662 | 손 없는 날 | 바람의종 | 2008.01.17 | 8768 |
1661 | 말 비틀기(2) | 바람의종 | 2010.01.20 | 8769 |
1660 | 저린다 | 바람의종 | 2010.10.30 | 8769 |
1659 | 안갚음 | 風磬 | 2007.01.19 | 8769 |
1658 | 옥쌀·강낭쌀 | 바람의종 | 2008.06.18 | 8778 |
1657 | 팔자 | 바람의종 | 2007.09.08 | 8778 |
1656 | 핀과 핀트 | 바람의종 | 2008.09.25 | 8779 |
1655 | 부릅뜨다 | 바람의종 | 2010.01.11 | 8784 |
1654 | ‘말밭’을 가꾸자 | 바람의종 | 2011.11.11 | 8785 |
1653 | 릉, 능 | 바람의종 | 2008.10.25 | 8785 |
1652 | 인사말 | 바람의종 | 2008.01.22 | 8788 |
1651 | 겨울올림픽 | 바람의종 | 2011.11.15 | 87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