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7.08 01:55

굴뚝새

조회 수 6084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굴뚝새

짐승이름

“입을 벌리고 잠을 자는 것은 인간뿐/ 삶이 그만큼 피곤하기 때문이다./ 굴뚝 속에는 더 이상 굴뚝새가 살지 않는다./ 보라, 삶을/ 굴뚝새가 사라진 삶을/ 모든 것이 사라진 다음에/ 오직 인간만이 남으리라/ 대지 위에 입을 벌리고 잠든 인간만이”(류시화·‘굴뚝 속에는 더 이상 굴뚝새가 살지 않는다’)

겨울철에 집안 굴뚝이나 울타리 주위를 맴돌며 산다고 굴뚝새라 부르는 이 새는 참새의 일종이다. 깃털이 진한 다갈색에 검은 가로무늬가 간간이 놓였는데, 거미나 벌레들을 잡아먹으며, 여름철에는 주로 산에서 산다.

옛날 마음씨 착한 형과 욕심 많은 아우가 한집에 살았다. 아버지가 물려 준 안채에 살던 형은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먼저 뜨게 된다. 임종 전 바깥채에 사는 아우를 불러 아내와 아이들을 부탁한다. 아우는 걱정 말라고 하고서도 조카들한텐 일만 시키고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 큰조카가 겨울날 추위를 이기려고 부뚜막에서 자다가 아예 아궁이로 들어가 잠을 잔다. 깨어보니 불을 지폈는지 연기가 매워 구들 밑을 지나 굴뚝으로 기어오르니 더욱 견딜 수가 없었다. 마침내 죽어 굴뚝새가 되었단다.

굴뚝 주위를 맴돌며 저 집은 우리 집인데 삼촌이 빼앗아 갔다며 온갖 소리로 지저귄다니,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의 몫을 마구 집어 삼키는 가진자들이 있다면, 이 어렵디어려운 세계적 봄 불황을 맞아 뉘우칠 일이겠다.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21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462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9575
2864 '간(間)'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7.27 11965
2863 쌉싸름하다 바람의종 2009.05.21 11942
2862 시보리 바람의종 2012.09.14 11939
2861 ~던가, ~든가 바람의종 2008.07.12 11939
2860 제우 요것뿐이오! 바람의종 2010.01.20 11935
2859 휘파람새 file 바람의종 2009.09.03 11930
2858 난이도, 난도 바람의종 2009.06.29 11922
2857 홍길동이라고 합니다 바람의종 2010.08.14 11919
2856 뇌졸중 / 뇌졸증 바람의종 2012.08.13 11918
2855 숟가락 바람의종 2010.05.28 11913
2854 함흥차사 바람의종 2007.12.24 11892
2853 속앓이 바람의종 2009.09.26 11885
2852 노일전쟁 바람의종 2010.06.19 11878
2851 한(限) 바람의종 2010.06.01 11874
2850 좋은 아침! 바람의종 2008.03.27 11873
2849 ‘-land’ 가 붙는 지명 표기 바람의종 2010.06.01 11870
2848 어기여차 바람의종 2012.10.30 11869
2847 야트막하다, 낮으막하다, 나지막하다 바람의종 2009.03.30 11868
2846 황소바람 바람의종 2010.09.04 11858
2845 계피떡 바람의종 2011.11.16 11845
2844 말짱 도루묵이다 바람의종 2008.01.06 11842
2843 일본식 용어 - ㅇ 바람의종 2008.03.12 1183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