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7.08 01:55

굴뚝새

조회 수 6109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굴뚝새

짐승이름

“입을 벌리고 잠을 자는 것은 인간뿐/ 삶이 그만큼 피곤하기 때문이다./ 굴뚝 속에는 더 이상 굴뚝새가 살지 않는다./ 보라, 삶을/ 굴뚝새가 사라진 삶을/ 모든 것이 사라진 다음에/ 오직 인간만이 남으리라/ 대지 위에 입을 벌리고 잠든 인간만이”(류시화·‘굴뚝 속에는 더 이상 굴뚝새가 살지 않는다’)

겨울철에 집안 굴뚝이나 울타리 주위를 맴돌며 산다고 굴뚝새라 부르는 이 새는 참새의 일종이다. 깃털이 진한 다갈색에 검은 가로무늬가 간간이 놓였는데, 거미나 벌레들을 잡아먹으며, 여름철에는 주로 산에서 산다.

옛날 마음씨 착한 형과 욕심 많은 아우가 한집에 살았다. 아버지가 물려 준 안채에 살던 형은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먼저 뜨게 된다. 임종 전 바깥채에 사는 아우를 불러 아내와 아이들을 부탁한다. 아우는 걱정 말라고 하고서도 조카들한텐 일만 시키고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 큰조카가 겨울날 추위를 이기려고 부뚜막에서 자다가 아예 아궁이로 들어가 잠을 잔다. 깨어보니 불을 지폈는지 연기가 매워 구들 밑을 지나 굴뚝으로 기어오르니 더욱 견딜 수가 없었다. 마침내 죽어 굴뚝새가 되었단다.

굴뚝 주위를 맴돌며 저 집은 우리 집인데 삼촌이 빼앗아 갔다며 온갖 소리로 지저귄다니,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의 몫을 마구 집어 삼키는 가진자들이 있다면, 이 어렵디어려운 세계적 봄 불황을 맞아 뉘우칠 일이겠다.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158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815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3034
2886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風文 2022.08.22 1365
2885 국민 바람의종 2008.11.23 4563
2884 국민께 감사를 風文 2021.11.10 1581
2883 국민들 바람의종 2010.09.08 11737
2882 국방색 / 중동 風文 2020.06.24 2317
2881 국수 바람의종 2007.06.05 7490
2880 국어 영역 / 애정 행각 風文 2020.06.15 1697
2879 국어와 국립국어원 / 왜 風文 2022.08.29 1441
2878 국어의 품사 1 바람의종 2009.12.14 15020
2877 국으로 바람의종 2010.11.25 10971
2876 군말 바람의종 2008.05.13 7398
2875 군불을 떼다 바람의종 2007.12.28 12911
2874 군색한, 궁색한 風文 2023.11.21 1444
2873 군인의 말투 風文 2021.09.14 958
2872 굳은 살이 - 박혔다, 박였다, 배겼다 바람의종 2009.07.28 8915
» 굴뚝새 바람의종 2009.07.08 6109
2870 굴레와 멍에 바람의종 2008.01.17 7805
2869 굴레와 멍에 바람의종 2010.05.18 11536
2868 굴지 바람의종 2007.06.05 7012
2867 굴착기, 굴삭기, 레미콘 바람의종 2008.10.17 7958
2866 굼때다 바람의종 2008.07.05 6945
2865 굽신거리다 바람의종 2008.10.22 681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