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6.16 08:25

말할 자격

조회 수 742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말할 자격

언어예절

청렴·결백은 선비들이나 벼슬아치들이 큰 덕목으로 삼던 말이다. 탐욕을 부리자면 그럴 수 있는 권력자들이 그러잖고 살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벼슬을 오래 지키려는 방편이었대도 어디 탐관오리에 비기랴. 그러고 보면, 조선 500년에 청백리 218명은 적은 수가 아니다. 부자 되기를 제일로 치는 요즘, 청렴과 실력을 갖춘 공직 후보자를 찾기 어려운 것은 비극이지만, 한편으론 자연스런 일이기도 하다. 그저 부정·불법·비리가 좀 덜하면 봐주는 데까지 이르고, 재산 많고 적음은 뒷전이다. 그만큼 청빈이란 낡은 말이 돼 버렸나?

세상살이에 권장할 큰 덕목을 내세우자면 역시 청빈일 성싶다. 덜 벌고 덜 쓰고 덜 먹는 삶, 그런 사회에 걸맞은 물건을 만들자는 운동과 제도 굳히기가 쉬울 리는 없다. 오래 더불어 살 큰길인데도.

그렇다면 누가 있어 깨끗하게 살라고 말하고 가르치겠는가? 스스로 그래야 남에게도 그리하라고 말할 자격이 생긴다. 그래야 듣는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발이 먹힌다. 하지만 모든 이가 떳떳하기는 어렵다. 아쉽지만 옳은 일이 뭔지 정도만 안다면 그것으로도 최소한 말할 자격은 생기는 것으로 봐야겠다. 부모가 자식한테, 교사가 제자한테, 어른이 아이한테, 선배가 후배한테, 벗이 벗한테 깨끗하고 맑게 살라고 얘기할 수 있으면 장차 그 겨레는 밝을 터이다. 누구든 청렴까지는 몰라도 자신을 돌보는 염치만큼은 각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32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781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2730
1280 매기다와 메기다 바람의종 2010.03.12 19608
1279 사뭇 / 자못 바람의종 2010.03.12 9805
1278 연패(連敗) / 연패(連覇) 바람의종 2010.03.12 8539
1277 얽히고설키다 file 바람의종 2010.03.13 11346
1276 선낱 도고! file 바람의종 2010.03.13 10291
1275 금시에, 금세, 금새, 그새 바람의종 2010.03.13 15152
1274 안전과 안정 바람의종 2010.03.13 11371
1273 먼지털이, 재털이 바람의종 2010.03.13 9716
1272 정오(正誤) 바람의종 2010.03.13 11162
1271 젊은이들의 유행어 바람의종 2010.03.14 9446
1270 마초 바람의종 2010.03.14 7922
1269 않다의 활용 바람의종 2010.03.14 8092
1268 명사형 어미 바람의종 2010.03.14 9176
1267 까망 고무신 바람의종 2010.03.14 11413
1266 못쓸 짓 바람의종 2010.03.14 9690
1265 전철련 바람의종 2010.03.15 8540
1264 애끊다와 애끓다 바람의종 2010.03.15 13139
1263 쥬스는 주스 바람의종 2010.03.15 11259
1262 ~다 라고 말했다 바람의종 2010.03.15 12166
1261 승전보를 울렸다 바람의종 2010.03.15 9256
1260 오솜소리 나갔지비 바람의종 2010.03.16 12452
1259 직업에 따른 영웅 칭호 바람의종 2010.03.16 1280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