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6.16 08:25

말할 자격

조회 수 741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말할 자격

언어예절

청렴·결백은 선비들이나 벼슬아치들이 큰 덕목으로 삼던 말이다. 탐욕을 부리자면 그럴 수 있는 권력자들이 그러잖고 살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벼슬을 오래 지키려는 방편이었대도 어디 탐관오리에 비기랴. 그러고 보면, 조선 500년에 청백리 218명은 적은 수가 아니다. 부자 되기를 제일로 치는 요즘, 청렴과 실력을 갖춘 공직 후보자를 찾기 어려운 것은 비극이지만, 한편으론 자연스런 일이기도 하다. 그저 부정·불법·비리가 좀 덜하면 봐주는 데까지 이르고, 재산 많고 적음은 뒷전이다. 그만큼 청빈이란 낡은 말이 돼 버렸나?

세상살이에 권장할 큰 덕목을 내세우자면 역시 청빈일 성싶다. 덜 벌고 덜 쓰고 덜 먹는 삶, 그런 사회에 걸맞은 물건을 만들자는 운동과 제도 굳히기가 쉬울 리는 없다. 오래 더불어 살 큰길인데도.

그렇다면 누가 있어 깨끗하게 살라고 말하고 가르치겠는가? 스스로 그래야 남에게도 그리하라고 말할 자격이 생긴다. 그래야 듣는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발이 먹힌다. 하지만 모든 이가 떳떳하기는 어렵다. 아쉽지만 옳은 일이 뭔지 정도만 안다면 그것으로도 최소한 말할 자격은 생기는 것으로 봐야겠다. 부모가 자식한테, 교사가 제자한테, 어른이 아이한테, 선배가 후배한테, 벗이 벗한테 깨끗하고 맑게 살라고 얘기할 수 있으면 장차 그 겨레는 밝을 터이다. 누구든 청렴까지는 몰라도 자신을 돌보는 염치만큼은 각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106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748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2594
1628 도사리 바람의종 2010.06.20 8842
1627 대합실 바람의종 2007.10.18 8843
1626 핫도그와 불독 바람의종 2008.09.18 8844
1625 호남 바람의종 2007.09.29 8845
1624 저희 나라 바람의종 2008.06.24 8845
1623 대원군 바람의종 2007.06.24 8849
1622 단추를 꿰매다 바람의종 2011.12.26 8849
1621 굳은 살이 - 박혔다, 박였다, 배겼다 바람의종 2009.07.28 8851
1620 파리지옥풀 바람의종 2008.03.15 8852
1619 호태왕비 바람의종 2008.02.17 8853
1618 ‘부럽다’의 방언형 바람의종 2007.10.11 8854
1617 소행·애무 바람의종 2008.05.24 8856
1616 ~노, ~나 바람의종 2010.09.05 8856
1615 동서남북 순서 바람의종 2010.03.03 8860
1614 우레 바람의종 2007.03.03 8865
1613 ‘첫 참석’ 바람의종 2009.11.09 8866
1612 낱알, 낟알 / 옛, 예 바람의종 2009.02.14 8866
1611 안 / 않 바람의종 2008.12.08 8870
1610 나의 살던 고향은 바람의종 2009.07.07 8870
1609 ㄹ는지 바람의종 2010.03.07 8871
1608 딛었다, 디뎠다 바람의종 2008.09.24 8880
1607 운명, 유명 바람의종 2008.12.26 888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