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
외래어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니까 명절에 고향을 찾아가는 길은 으레 막히고 밀리기 마련이었는데, 눈이 많이 온 지난 설에는 특히나 고생스러웠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해대교를 건너는 데 15시간이 넘게 걸렸을 정도니 말이다. 이웃 중국도 우리나라 못지 않게 난리를 치렀다니 동병상련인지 친밀감마저 든다.
명절에 고향을 찾아가는 일을 ‘귀성’(歸省)이라 하는데, 왜 ‘귀향’(歸鄕)이라고 하지 않을까?
‘귀성’은 현대 일본어에서도 흔히 쓰이는 말이어서 그쪽 한자어가 들어온 게 아닐까 싶지만,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옛 문헌에서는 고려 사람 이색(1328~1396)의 시에 이미 등장하기 때문이다. 중국 쪽 기록을 보면 당나라 때 인물인 주경여(797~?)의 시에서부터 쓰인 기록이 나온다. 그런데 중국어 사전에서 ‘귀성’은 ‘고향에 돌아가 부모님을 살핀다’(回鄕省親, 回家探親)는 뜻이므로, 성(省)은 ‘마을’이나 ‘고향’이 아니라 ‘(부모님과 조상의 묘를) 살핀다’는 뜻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명절이라고 단지 고향에 가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부터 타향에 나가 사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고향에 가서 부모님과 조상의 묘를 돌보았다. 조선 때 관료들도 기일과 명절에는 공식 휴가를 얻어서 귀성하였다고 한다. 이런 전통을 받들어 우리 민족의 귀성 행렬은 꿋꿋하게 이어졌던 것이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8443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5114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9984 |
2864 | 빼았기다 / 빼앗기다 | 바람의종 | 2011.11.15 | 12013 |
2863 | 홍길동이라고 합니다 | 바람의종 | 2010.08.14 | 12011 |
2862 | 한(限) | 바람의종 | 2010.06.01 | 12008 |
2861 | 맞장구 치다 | 바람의종 | 2008.01.07 | 12003 |
2860 | 시보리 | 바람의종 | 2012.09.14 | 11992 |
2859 | 입장 | 바람의종 | 2010.03.18 | 11991 |
2858 | 삼겹살의 나이 | 바람의종 | 2012.05.04 | 11990 |
2857 | 함흥차사 | 바람의종 | 2007.12.24 | 11988 |
2856 | 황소바람 | 바람의종 | 2010.09.04 | 11986 |
2855 | 제우 요것뿐이오! | 바람의종 | 2010.01.20 | 11980 |
2854 | 쌉싸름하다 | 바람의종 | 2009.05.21 | 11978 |
2853 | 난이도, 난도 | 바람의종 | 2009.06.29 | 11977 |
2852 | 숟가락 | 바람의종 | 2010.05.28 | 11968 |
2851 | 뇌졸중 / 뇌졸증 | 바람의종 | 2012.08.13 | 11940 |
2850 | 속앓이 | 바람의종 | 2009.09.26 | 11925 |
2849 | 회피 / 기피 | 바람의종 | 2012.07.05 | 11922 |
2848 | ‘바드민톤’과 ‘아수한 이별’ | 바람의종 | 2010.04.23 | 11921 |
2847 | ‘붇다’와 ‘붓다’의 활용 | 바람의종 | 2010.01.14 | 11908 |
2846 | 좋은 아침! | 바람의종 | 2008.03.27 | 11898 |
2845 | 어기여차 | 바람의종 | 2012.10.30 | 11897 |
2844 | 흉내 / 시늉 | 바람의종 | 2009.09.07 | 11894 |
2843 | 노일전쟁 | 바람의종 | 2010.06.19 | 118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