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6.09 23:39

흥정

조회 수 10113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흥정

언어예절

말로 하는 일에 흥정 아닌 게 드물다. 집안·사회 두루 사람 관계가 그러하며, 회사·나랏일도 대체로 이로써 이뤄지고 발전한다. 이를 격식화한 것이 약속, 곧 법·기준이다. 그것도 바뀔 수 있으므로 임시방편이다. 그러니 공사간에 늘 새로운 흥정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흥정도 부조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랬다”는 흥정을 좋게 여기는 속담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흥정을 ‘물건 값을 덜 주고 더 받으려는 수작’, ‘제 이익을 좀더 보려는 짓거리’로 좁히거나 낮잡아 쓰는 편이다. 이런 생각이나 풍토는 말을 가난하게 한다. 말의 가난은 그 말겨레의 정신을 가난하게 한다.

‘거래·협상·회담·상담·교섭·중개·수작 …’ 행위들을 싸잡아 ‘흥정’으로 일컫지 못할 게 없다.

흥정만큼이나 ‘장사’도 낮잡히는 경향이 있다. 사·농·공·상 차별이 사라진 자본주의 세상에서 ‘장사·흥정’을 값싸게 여기는 풍토를 어떻게 봐야 할까? 무슨 일자리 나누기와는 다른 결과를 부른다. 장사·흥정 자리는 ‘비즈니스·바겐·마케팅·로비 …’ 따위에 많이 내주었다.

“정치적 흥정, 흥정거리, 흥정 대상, 장물 흥정, 더런 흥정, 총선용 흥정 ….” 그 앞에 고깔을 씌워서라도 흥정을 써먹는 걸 보면 쓸모가 증명된다. 흥정에는 본디 거간·중개·변호·외교·조정·협상 따위 온갖 갈래가 있다. 관련된 학문 분야도 여럿이다. 이를 뭉뚱그리면 ‘흥정학·거래학’이 된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027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678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1714
2138 양동작전 바람의종 2008.09.20 7834
2137 혈혈단신, 이판사판 바람의종 2008.07.02 7836
2136 빈대떡 風磬 2006.12.23 7838
2135 숫구미 바람의종 2008.09.03 7839
2134 솔체꽃 바람의종 2008.04.26 7843
2133 영감 바람의종 2007.08.07 7848
2132 윗옷, 웃옷 바람의종 2008.09.25 7848
2131 바람의종 2009.05.06 7851
2130 새말 만들기 바람의종 2007.10.12 7851
2129 쓰레기 분리 수거 바람의종 2008.09.02 7855
2128 주최, 주관, 후원 바람의종 2009.07.23 7859
2127 경범죄 위반 바람의종 2010.09.29 7862
2126 단출하다 風磬 2006.11.06 7862
2125 몇과 수 바람의종 2010.10.11 7865
2124 청신호 바람의종 2007.08.30 7865
2123 실구디·실구지 바람의종 2008.06.16 7867
2122 임대와 임차 바람의종 2009.03.30 7872
2121 태백산과 아사달 바람의종 2008.01.21 7874
2120 누다와 싸다 바람의종 2007.12.23 7875
2119 ‘그러지 좀 마라’ 바람의종 2010.02.07 7877
2118 과태료, 벌금, 보상, 배상 바람의종 2008.10.27 7877
2117 냉면 사리 바람의종 2008.09.19 787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