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5.26 09:30

고객님?

조회 수 5856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고객님?

언어예절

어디를 가나 장사판이요, 누구나 하릴없이 장꾼이 된다. 밥집·저자·백화점·지하철·관청, 외밭·딸기밭에서도 ‘고객’이다. 물건을 만들어 팔거나 돈 놓고 돈벌이하는 기업이야 그렇다 치자. 도깨비나 귀신이라도 모셔다 장사를 해야 하고 이문을 남겨야 하니 무슨 말인들 못하랴.

학교도 정부도 자치단체도 기업체 상술을 가져다 쓴 지 오래여서 사람들을 돈으로 본다. 학생도 국민도 주민도 민원인도 이용자도 소비자도 마냥 ‘고객’(顧客)이다. 스스로 물건을 팔고, 학문을 팔고, 정책·서비스를 팔아먹는 기업이요 경영자로 여기니 사람이 온통 장꾼으로 보일밖에. ‘국민 고객, 시민 고객, 주민 고객, 기업 고객, 불량 고객, 현금 고객, 거래처 고객 …같은 우스꽝스런 말이 생기고, 이로써 사람을 갈래짓고 싸잡는다. 이처럼 일사불란하게 통일된 말을 세상에서 찾기 어려울 듯하다.

이렇게 이른 데는 돈 세상의 극단에 이른 점도 있겠고, ‘커스터머’를 ‘손님’ 아닌 ‘고객’이라 가르치고 쓰면서 학술·상업용어인 양 퍼뜨린 까닭도 있다. 고객이란 물건 사는 ‘손님’을 일컫는(지칭) 말이지 부르는(호칭) 말이 아니다. ‘님’을 붙여 ‘고객님!’이라 외치니 고개 돌려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한다.

돈이나 거래, 이익과 상관없이 돌아가는 세상이 있다. 그런 점에서 학교·언론·관청은 좀 다르다. 가게나 기업인들 사람들을 거북하게 하는 말을 써서 이로울 일이 무얼까.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828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483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9738
2816 악발이 바람의종 2009.05.25 5997
2815 렉카 바람의종 2009.05.25 7066
2814 종달새 바람의종 2009.05.26 10008
» 고객님? 바람의종 2009.05.26 5856
2812 생각두룩새 바람의종 2009.05.28 5706
2811 왕구울개 바람의종 2009.05.28 7168
2810 자일, 아이젠 바람의종 2009.05.29 7491
2809 제비 바람의종 2009.05.29 7388
2808 아나운서 바람의종 2009.05.30 6289
2807 하더란대두 바람의종 2009.05.30 7063
2806 궁작이 바람의종 2009.05.30 6243
2805 찌찌 바람의종 2009.05.31 7453
2804 찌르레기 바람의종 2009.05.31 8705
2803 나이 바람의종 2009.06.01 5981
2802 파이팅 바람의종 2009.06.01 8727
2801 물총새 바람의종 2009.06.09 8945
2800 흥정 바람의종 2009.06.09 9756
2799 모하구로? 바람의종 2009.06.11 5844
2798 믿그리 바람의종 2009.06.11 6269
2797 귀성 바람의종 2009.06.11 10557
2796 피죽새 바람의종 2009.06.12 9437
2795 전운 바람의종 2009.06.12 745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