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5.26 09:30

고객님?

조회 수 5889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고객님?

언어예절

어디를 가나 장사판이요, 누구나 하릴없이 장꾼이 된다. 밥집·저자·백화점·지하철·관청, 외밭·딸기밭에서도 ‘고객’이다. 물건을 만들어 팔거나 돈 놓고 돈벌이하는 기업이야 그렇다 치자. 도깨비나 귀신이라도 모셔다 장사를 해야 하고 이문을 남겨야 하니 무슨 말인들 못하랴.

학교도 정부도 자치단체도 기업체 상술을 가져다 쓴 지 오래여서 사람들을 돈으로 본다. 학생도 국민도 주민도 민원인도 이용자도 소비자도 마냥 ‘고객’(顧客)이다. 스스로 물건을 팔고, 학문을 팔고, 정책·서비스를 팔아먹는 기업이요 경영자로 여기니 사람이 온통 장꾼으로 보일밖에. ‘국민 고객, 시민 고객, 주민 고객, 기업 고객, 불량 고객, 현금 고객, 거래처 고객 …같은 우스꽝스런 말이 생기고, 이로써 사람을 갈래짓고 싸잡는다. 이처럼 일사불란하게 통일된 말을 세상에서 찾기 어려울 듯하다.

이렇게 이른 데는 돈 세상의 극단에 이른 점도 있겠고, ‘커스터머’를 ‘손님’ 아닌 ‘고객’이라 가르치고 쓰면서 학술·상업용어인 양 퍼뜨린 까닭도 있다. 고객이란 물건 사는 ‘손님’을 일컫는(지칭) 말이지 부르는(호칭) 말이 아니다. ‘님’을 붙여 ‘고객님!’이라 외치니 고개 돌려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한다.

돈이나 거래, 이익과 상관없이 돌아가는 세상이 있다. 그런 점에서 학교·언론·관청은 좀 다르다. 가게나 기업인들 사람들을 거북하게 하는 말을 써서 이로울 일이 무얼까.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357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020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187
2996 봄날은 온다 윤안젤로 2013.03.27 19889
2995 잔떨림 윤안젤로 2013.03.18 20767
2994 조개 바람의종 2013.02.05 19852
2993 바람의종 2013.01.25 17904
2992 어떠태? 바람의종 2013.01.21 20124
2991 등용문 바람의종 2013.01.15 18050
2990 두루 흐린 온누리 바람의종 2013.01.04 21054
2989 감질맛, 감칠맛 바람의종 2012.12.24 30557
2988 피랍되다 바람의종 2012.12.21 24170
2987 통음 바람의종 2012.12.21 21334
2986 상봉, 조우, 해후 바람의종 2012.12.17 22044
2985 폭탄주! 말지 말자. 바람의종 2012.12.17 19194
2984 외래어 합성어 적기 1 바람의종 2012.12.12 20471
2983 온몸이 노근하고 찌뿌둥하다 바람의종 2012.12.12 24254
2982 미소를 / 활기를 / 운을 띄우다 바람의종 2012.12.12 38137
2981 자잘못을 가리다 바람의종 2012.12.11 25962
2980 수뢰 바람의종 2012.12.11 17987
2979 금도(襟度) 바람의종 2012.12.10 17761
2978 박물관은 살아있다 2 바람의종 2012.12.10 23871
2977 달디달다, 다디달다 바람의종 2012.12.05 21430
2976 썰매를 지치다 바람의종 2012.12.05 21618
2975 자처하다, 자청하다 바람의종 2012.12.04 2622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