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언어예절
어디를 가나 장사판이요, 누구나 하릴없이 장꾼이 된다. 밥집·저자·백화점·지하철·관청, 외밭·딸기밭에서도 ‘고객’이다. 물건을 만들어 팔거나 돈 놓고 돈벌이하는 기업이야 그렇다 치자. 도깨비나 귀신이라도 모셔다 장사를 해야 하고 이문을 남겨야 하니 무슨 말인들 못하랴.
학교도 정부도 자치단체도 기업체 상술을 가져다 쓴 지 오래여서 사람들을 돈으로 본다. 학생도 국민도 주민도 민원인도 이용자도 소비자도 마냥 ‘고객’(顧客)이다. 스스로 물건을 팔고, 학문을 팔고, 정책·서비스를 팔아먹는 기업이요 경영자로 여기니 사람이 온통 장꾼으로 보일밖에. ‘국민 고객, 시민 고객, 주민 고객, 기업 고객, 불량 고객, 현금 고객, 거래처 고객 …같은 우스꽝스런 말이 생기고, 이로써 사람을 갈래짓고 싸잡는다. 이처럼 일사불란하게 통일된 말을 세상에서 찾기 어려울 듯하다.
이렇게 이른 데는 돈 세상의 극단에 이른 점도 있겠고, ‘커스터머’를 ‘손님’ 아닌 ‘고객’이라 가르치고 쓰면서 학술·상업용어인 양 퍼뜨린 까닭도 있다. 고객이란 물건 사는 ‘손님’을 일컫는(지칭) 말이지 부르는(호칭) 말이 아니다. ‘님’을 붙여 ‘고객님!’이라 외치니 고개 돌려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한다.
돈이나 거래, 이익과 상관없이 돌아가는 세상이 있다. 그런 점에서 학교·언론·관청은 좀 다르다. 가게나 기업인들 사람들을 거북하게 하는 말을 써서 이로울 일이 무얼까.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3759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0349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5351 |
2996 | 나들목 / 조롱목 | 바람의종 | 2011.11.10 | 12774 |
2995 | 아무개 | 바람의종 | 2011.01.30 | 12768 |
2994 | 감질나다 | 바람의종 | 2010.08.03 | 12767 |
2993 | 선례, 전례 | 바람의종 | 2010.07.17 | 12732 |
2992 | 끼치다와 미치다 | 바람의종 | 2011.05.01 | 12712 |
2991 | 활개를 치다 | 바람의종 | 2008.02.01 | 12711 |
2990 | 뒤처지다, 뒤쳐지다 | 바람의종 | 2012.09.21 | 12706 |
2989 | 벗기다 / 베끼다 | 바람의종 | 2012.07.06 | 12682 |
2988 | 칠흑 같다 | 바람의종 | 2007.05.25 | 12678 |
2987 | 스끼다시 | 바람의종 | 2008.02.16 | 12668 |
2986 | 호나우두(Ronaldo)와 호날두(Ronaldo) | 바람의종 | 2010.02.28 | 12666 |
2985 | ‘ㄱ’과 ‘ㅂ’ 뒤의 된소리 | 바람의종 | 2010.05.17 | 12650 |
2984 | 상일꾼·큰머슴 | 바람의종 | 2007.09.28 | 12643 |
2983 | "있다, 없다"의 띄어쓰기 | 바람의종 | 2009.07.13 | 12637 |
2982 | 통합키로, 참석키로 | 바람의종 | 2010.05.08 | 12629 |
2981 | 대수롭다 | 風磬 | 2006.11.06 | 12622 |
2980 | '같이' 띄어쓰기 | 바람의종 | 2009.09.23 | 12614 |
2979 | 있으매와 있음에 | 바람의종 | 2011.01.30 | 12606 |
2978 | 생때같다 | 바람의종 | 2010.03.09 | 12601 |
2977 | 튀기말, 피진과 크레올 | 바람의종 | 2008.03.04 | 12599 |
2976 | 호분차 온나! | 바람의종 | 2010.03.26 | 12596 |
2975 | ‘빼또칼’과 ‘총대가정’ | 바람의종 | 2010.06.08 | 125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