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5.06 18:48

말 목숨

조회 수 4602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말 목숨

언어예절

마지못해 산다는 이가 많은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있다. 오죽하면 그러리오마는, 어버이만 아니라 만인을 얼빠지게 하는 몹쓸 일이다.

자진하는 데는 말이 통하지 않는 까닭이 크다. 그로써 한 세월을, 또 그의 진실과 말을 속절없이 사라지게 한다.

숨을 타는 사물이 생물만 아니다. 사람이 사라지면 말도 사라진다. 얼마 전 배우 최진실이 자진해 한동안 사회가 떠들썩했다. 그에게 소통 부재를 일으킨 진실과 함께 다시는 그의 새로운 연기와 말을 만나지 못하게 됐다. 장차 할 말까지 송두리째 데려가 버린 탓이다. 특히 말과 영상을 다루는 방송작가나 연출가들의 상심이 무척 클 터이다.

가끔 글쟁이들이 붓을 꺾었다거나 다시 들었다는 얘길 한다. 말이 샘솟아 주체하지 못하는 글쟁이가 있는 한편, 억지로 자아내는 이도 있다. 붓을 꺾는 것은 적어도 자기 말과 이야기, 생각을 되돌아보고 쟁이는 구실을 한다.

말은 쓰기에 따라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지만 버림받기도 한다. 말겨레가 7천만 아니 1억이 있어도 제대로 거두어 쓰지 않으면 비틀리고 메마른다. 이는 죽임이다. 오래도록 써 온 말을 전혀 듣지 못하게 될 때가 있다. 불행히도 우리 시대 들어 그 도를 넘는 걸 뻔히 본다.

노인들만 남아 사는 시골이 걱정이다. 농사도 살림도 그렇지만 그나마 갈무리하고 베푸는 숱한 말과 풍습들이 그들과 더불어 사라질 걱정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46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799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2935
1918 성급, 조급 바람의종 2012.08.30 10016
1917 성곽 바람의종 2007.07.24 6365
1916 성과 이름 바람의종 2009.03.08 7523
1915 성+ 이름 바람의종 2012.03.27 11158
1914 섭씨 바람의종 2007.07.23 7682
1913 섬뜩하다, 섬찟하다 바람의종 2010.11.11 12893
1912 설화, 눈꽃, 상고대, 서리꽃 바람의종 2010.01.27 11620
1911 설명글 바람의종 2008.08.21 5355
1910 설레이다, 설레다 바람의종 2009.07.06 8963
1909 설레다 바람의종 2010.08.05 8508
1908 설둥하다 바람의종 2008.04.25 7041
1907 설겆이, 설거지 / 애닯다, 애달프다 바람의종 2009.07.26 10200
1906 설거지나 하세요. (게와 께) 바람의종 2008.04.20 7381
1905 선팅, 로터리 바람의종 2009.07.06 7123
1904 선택사양 바람의종 2009.06.11 6721
1903 선크림 바람의종 2009.12.01 7874
1902 선정-지정 / 얼룩빼기 황소 風文 2020.05.15 1321
1901 선소리 바람의종 2010.11.21 12148
1900 선비 바람의종 2009.07.10 6380
1899 선비 風磬 2007.01.19 10151
1898 선보다 바람의종 2007.05.15 7926
1897 선례, 전례 바람의종 2010.07.17 1272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