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5.06 18:48

말 목숨

조회 수 4641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말 목숨

언어예절

마지못해 산다는 이가 많은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있다. 오죽하면 그러리오마는, 어버이만 아니라 만인을 얼빠지게 하는 몹쓸 일이다.

자진하는 데는 말이 통하지 않는 까닭이 크다. 그로써 한 세월을, 또 그의 진실과 말을 속절없이 사라지게 한다.

숨을 타는 사물이 생물만 아니다. 사람이 사라지면 말도 사라진다. 얼마 전 배우 최진실이 자진해 한동안 사회가 떠들썩했다. 그에게 소통 부재를 일으킨 진실과 함께 다시는 그의 새로운 연기와 말을 만나지 못하게 됐다. 장차 할 말까지 송두리째 데려가 버린 탓이다. 특히 말과 영상을 다루는 방송작가나 연출가들의 상심이 무척 클 터이다.

가끔 글쟁이들이 붓을 꺾었다거나 다시 들었다는 얘길 한다. 말이 샘솟아 주체하지 못하는 글쟁이가 있는 한편, 억지로 자아내는 이도 있다. 붓을 꺾는 것은 적어도 자기 말과 이야기, 생각을 되돌아보고 쟁이는 구실을 한다.

말은 쓰기에 따라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지만 버림받기도 한다. 말겨레가 7천만 아니 1억이 있어도 제대로 거두어 쓰지 않으면 비틀리고 메마른다. 이는 죽임이다. 오래도록 써 온 말을 전혀 듣지 못하게 될 때가 있다. 불행히도 우리 시대 들어 그 도를 넘는 걸 뻔히 본다.

노인들만 남아 사는 시골이 걱정이다. 농사도 살림도 그렇지만 그나마 갈무리하고 베푸는 숱한 말과 풍습들이 그들과 더불어 사라질 걱정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023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673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1651
1236 안절부절 하다 바람의종 2008.09.26 7044
1235 안절부절못하다 바람의종 2010.03.24 13328
1234 안정화시키다 바람의종 2012.04.23 13964
1233 안치다, 밭치다, 지게, 찌개 바람의종 2008.06.16 8409
1232 안치다, 안히다 / 무치다, 묻히다 바람의종 2009.05.01 15716
1231 안티커닝 바람의종 2009.06.17 8512
1230 안팎 바람의종 2010.11.26 11669
1229 안하다, 못하다 바람의종 2009.02.10 17776
1228 앉은부채 바람의종 2008.06.11 5557
1227 않는, 않은 바람의종 2008.09.29 15559
1226 않다의 활용 바람의종 2010.03.14 8115
1225 알력 바람의종 2007.07.31 7194
1224 알맞는, 알맞은 / 걸맞는, 걸맞은 바람의종 2012.09.11 16770
1223 알맹이, 알갱이 바람의종 2010.04.27 9529
1222 알바 바람의종 2007.12.27 7616
1221 알비 바람의종 2009.11.23 9489
1220 알아야 면장한다. 바람의종 2009.06.15 6824
1219 알았습니다. 알겠습니다. 바람의종 2012.06.19 14376
1218 알은척 / 아는 척 바람의종 2009.02.07 10863
1217 알은체는 아는 사이에서 바람의종 2009.11.12 9478
1216 알콩달콩, 오순도순, 아기자기, 오밀조밀 바람의종 2009.03.08 19285
1215 알타이말 바람의종 2007.10.23 1019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