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4.03 16:45

펜치

조회 수 9533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펜치

외래어

큰 할인매장에 가보면 가족이 함께 들르는 진열대가 있기도 하지만 남녀가 따로 관심을 두는 곳도 있다. 예컨대 여성은 미용 용품, 남성은 자동차 용품이나 공구 쪽에 많이 들른다. 겨울이 지나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오면 공구 찾는 이가 많아질 터다.

가정용 공구 중 요긴한 것을 들라면 단연 ‘펜치’ 아닐까. ‘펜치’는 흔히 [뻰찌] 또는 [뻰치]라고 일컫는데, 모난 나사를 돌리거나 철사를 자르거나 눕혀서 못을 박는 등 쓸모가 많다. 이 말은 일본말 ‘펜치’(ペンチ)가 건너와 정착된 것으로 보이는데, 일본말 펜치는 영어 ‘핀서스’(pincers)가 바뀐 것이다.

영어에서는 펜치가 플라이어(plier)의 한 종류로 취급된다. 니퍼(nipper) 역시 자르기 전용 플라이어다. 영어 ‘플라이어’는 펜치나 니퍼, 롱노즈(long nose) 같은 집게붙이를 통틀어 이른다. 반면 우리말에서 플라이어는 대개 자동차에 딸린 공구로서, 자르기 기능이 빠진, 그리고 입 크기를 바꿀 수 있는 집게로 통한다.

한편, 속어로 ‘거절당하다’는 표현으로 ‘퇴짜 맞다’가 쓰이는데, 이보다 더 저속하게 느껴지는 ‘뻰찌(뻰치) 맞다’는 표현도 쓰인다. 일본말에서도 펜치와 거절 사이에는 특별한 관련이 없기에, ‘펜치 맞다’는 펜치로 꼬집힘을 당하는 듯한 아픔이 느껴질 정도로 거절당한다는 우리 나름의 과장 섞인 말이 아닐까 싶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130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787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2774
3194 쌤, 일부러 틀린 말 風文 2022.07.01 1597
3193 말다듬기 위원회 / 불통 風文 2020.05.22 1600
3192 우방과 동맹, 손주 風文 2022.07.05 1601
3191 인쇄된 기억, 하루아침에 風文 2022.08.12 1602
3190 수능 국어영역 風文 2023.06.19 1603
3189 일타강사, ‘일’의 의미 風文 2022.09.04 1604
3188 통속어 활용법 風文 2022.01.28 1608
3187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611
3186 한글의 역설, 말을 고치려면 風文 2022.08.19 1616
3185 주권자의 외침 風文 2022.01.13 1617
3184 보편적 호칭, 번역 정본 風文 2022.05.26 1619
3183 남과 북의 협력 風文 2022.04.28 1624
3182 무술과 글쓰기, 아버지의 글쓰기 風文 2022.09.29 1625
3181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風文 2022.09.11 1629
3180 방언의 힘 風文 2021.11.02 1630
3179 “힘 빼”, 작은, 하찮은 風文 2022.10.26 1632
3178 “자식들, 꽃들아, 미안하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부디 잘 가라” 風文 2022.12.02 1634
3177 드라이브 스루 風文 2023.12.05 1634
3176 가족 호칭 혁신, 일본식 외래어 風文 2022.06.26 1635
3175 사라져 가는 한글 간판 風文 2024.01.06 1635
3174 기림비 2 / 오른쪽 風文 2020.06.02 1636
3173 질문들, 정재환님께 답함 風文 2022.09.14 163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