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3.01 20:41

돈놀이

조회 수 7094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돈놀이

언어예절

돈이 으뜸인 시절, 곧 자본주의 세상이 한창이어도 자못 업신여김을 받는 말이 있다면 ‘돈놀이’일 성싶다. 이 말은 국어사전에서 ‘돈을 빌려주고 이자 받는 일’이란 바탕뜻에서 나아가 뜻갈래를 몇 개는 벌였을 법한데, 그렇지 못한 형편이다. 내림으로 돈을 멀리해 온 심성도 작용했겠으나 그보다는 말이 너무 쉽고 노골적인 데서 비롯된 바가 많을 성싶다. 돈 마다는 이가 드문 걸 보면 ‘내림’은 이제 작용을 멈춘 듯하다. ‘변놀이’라고도 하나 거의 쓰지 않고, 변·이자는 토박이말로 ‘길미’다.

따지고 보면 일차적인 노동과 생산을 빼고서는 돈놀이 아닌 경제활동이 거의 없다. 저마다 잘살고자 벌이는 활동들, 금융사의 저축·대출 등 여러 업무, 주식·편드·부동산 투자 …들도 마찬가지다. 그로써 가지친 물건들도 ‘돈놀이 상품’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는 조건 따라 스스로 불어나거나 졸아들어 사람들을 울리고 웃긴다. 이에 쏟는 조바심이야 들추어 뭘 하랴.

미국식 금융 경영이 거덜 나 하루아침에 세상 돈값이 가뭇없이 사라졌다고 난리다. 우리도 나라·개인 살림, 기업 두루 곤욕을 치르는 마당이다. 이젠 ‘구제금융’이 낯설잖은데, 그래도 돈놀이는 계속될 것이고 탈을 바꿔 쓴 ‘상품’들도 이어질 터이다.

돈놀이를 하면서 이를 마냥 업신여길 일은 아니겠다. 이참에 숱한 낯선 말을 새로 만들고 빌려 쓰는 수고도 좀 줄였으면 좋겠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841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507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9941
2886 시치미를 떼다 바람의종 2008.01.18 10703
2885 신물이 나다 바람의종 2008.01.18 17504
2884 압록강과 마자수 바람의종 2008.01.18 6976
2883 성별 문법 바람의종 2008.01.18 7009
2882 윽박 바람의종 2008.01.18 10413
2881 심금을 울리다 바람의종 2008.01.19 13219
2880 쑥밭이 되다 바람의종 2008.01.19 9259
2879 말과 글 바람의종 2008.01.19 4232
2878 며느리밥풀 바람의종 2008.01.19 6081
2877 안시성과 아골관 바람의종 2008.01.19 6842
2876 씨가 먹히다 바람의종 2008.01.20 8543
2875 씨알머리가 없다 바람의종 2008.01.20 8014
2874 말차례 바람의종 2008.01.20 488857
2873 부리다와 시키다 바람의종 2008.01.20 8470
2872 달맞이꽃 바람의종 2008.01.20 6480
2871 아닌 밤중에 홍두깨 바람의종 2008.01.21 11764
2870 아퀴를 짓다 바람의종 2008.01.21 13355
2869 태백산과 아사달 바람의종 2008.01.21 7805
2868 악머구리 끓듯 한다 바람의종 2008.01.22 10151
2867 안절부절 못하다 바람의종 2008.01.22 7357
2866 인사말 바람의종 2008.01.22 9011
2865 소젖 바람의종 2008.01.22 652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