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언어예절
10여년 전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일본 역사 교과서에 ‘자학사관’이 묻어나는 내용이 많다며 다시 쓰라고 주장한다. 이는 최근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교과서에 박게 된 데로 이른다.
이 땅에서도 ‘교과서 포럼’을 비롯해 대통령, 정부 부처, 경제단체까지 나서서 교과서가 잘못됐다고 난리다. 자학사관·친북좌경, 반시장 …. 일본 쪽보다 한술 더 뜨는 셈이다.
교과서 집필자는 교과과정에 걸맞게 작성한 집필 지침을 따르고, 심사자는 담은 내용·범위·용어·표현을 엄밀히 따진다. 말하자면 지침과 손질(교열)하는 과정이 엄격하기 짝이 없다는 얘기다.
“신문기사는 살아 있는 교과서”, “교과서대로 하면 된다” “협상의 모든 것을 정리한 협상학 교과서” …처럼 ‘교과서’란 말은 긍정적으로 쓰일 때가 많다. 현실과 거리가 있는 내용, 원론·원칙적인 이야기, 판박이로 통할 때도 있다. 아무튼 소동 덕분에 고등학교 <한국근현대사>가 유명해졌다.
이번에 잘못됐다고 들춘 내용 가운데 그럴듯한 게 별로 없었는데, 이런 것은 우습기까지 하다.
‘대외 개방정책’ 서술 부분에서, “‘외자를 도입한 것’을 ‘외자를 끌어들인다’는 비학술적 용어로 표현함으로써 대외 개방 노력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야기다. ‘끌어들인다’와 ‘도입하다’를 두고 학술 잣대를 들이대는데, 제 나라 말에 몹시 서투른 이가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얘기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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