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2.07 16:52

너구리

조회 수 7316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너구리

짐승이름

짐승들이 겨울 준비를 다 끝냈는데, 너구리만 느긋하게 놀고 지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날씨는 추워지고 얼어붙기 시작했다. 너구리는 오소리를 찾아가 같이 지내자고 사정했다. 오소리가 조건을 내걸었다. “같이 살고 싶으면, 굴에 있는 오물을 모두 깨끗이 치울 수 있겠느냐.” 그 뒤로 너구리는 게으른 이의 상징처럼 여기게 되었다.(연변 전설)

천 년 묵은 너구리와 감찰 선생과의 사연이다. 너구리가 사람으로 둔갑한다. 둔갑한 너구리는 서울로 올라가 어떤 정승의 사위가 된다.(거창 전설)

너구리의 옛말은 ‘러울’(獺·훈민정음 해례)이었다. 달리 소학언해에서는 ‘너구리’가 나온다. 러울과 너구리는 모음 사이에서 자음의 특이한 변화를 보여준다. 어원은 확실하지 않다. 만주말로 니오헤(niohe·이리), 에벤키말로 네게(neke·담비)와 비교된다. ‘러울’을 살필 필요가 있다. 이는 ‘너울’과 관계가 있는데, 너울은 바다의 큰 물결, 얼굴에 쓰는 물건을 뜻한다. 동시에 너구리는 ‘너굴’에 뒷가지 ‘-이’가 붙은 말로 보인다. 여기서 ‘너굴-너울-러울’의 걸림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개과에 들어 여우보다는 작으나 살지고 낮에는 굴속에 느긋하게 있다가 밤에 돌아다니며 들쥐·뱀·개구리·과일 등을 먹으며 산다. 사람의 너울을 쓰고 그렇게 엉큼한 일을 저지를 수가 있느냐고 한다면 너구리를 떠올릴 법하겠다.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71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520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0122
2908 구경꾼의 말 風文 2022.12.19 1226
2907 구구히, 구구이 바람의종 2012.01.07 8761
2906 구년묵이(구닥다리) 風磬 2006.10.10 15001
2905 구랍 바람의종 2008.11.13 6732
2904 구랍 바람의종 2010.11.05 11154
2903 구렛나루, 구레나루, 구렌나루 / 횡경막 / 관자노리 바람의종 2008.11.03 8468
2902 구리무와 포마드 바람의종 2010.03.24 11823
2901 구메구메 바람의종 2010.11.26 10746
2900 구명과 규명 바람의종 2010.10.13 11027
2899 구미와 곶 바람의종 2008.03.25 7211
2898 구별과 구분 바람의종 2010.11.02 9492
2897 구비구비, 메꾸다 바람의종 2008.11.24 9538
2896 구설수 바람의종 2008.10.11 7079
2895 구소련 바람의종 2010.07.20 11813
2894 구슬러, 구슬려 / 거슬러, 거슬려 바람의종 2009.11.15 11044
2893 구저모디 file 바람의종 2009.12.14 8306
2892 구축함 바람의종 2007.06.04 9031
2891 국가 사전 폐기론, 고유한 일반명사 風文 2022.09.03 1392
2890 국가 사전을 다시?(2,3) 주인장 2022.10.21 1202
2889 국가의 목소리 風文 2023.02.06 1446
2888 국면 바람의종 2007.06.04 9191
2887 국물, 멀국 / 건더기, 건데기 바람의종 2009.02.20 1290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