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1.26 13:15

충분

조회 수 6128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충분

언어예절

한 사물을 두고 한가지 표현만 할 수밖에 없다면 누구나 답답해할 것이다. ‘느낌’도 사람 따라 달리 표현할 듯하지만 생각처럼 다양하지는 않다. 두루 아는 한정적인 낱말로 달리 표현할 여지가 그렇게 많을 수 없는 까닭이다. 한편으로,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이라 해서 상투적이라 하지는 않는다. 상투적이라면 낱말 자체보다는 그 말이 들어가 이룬 말덩이, 곧 짜임새가 주는 버릇투를 일컫는다.

예컨대 충분하다·족하다·넉넉하다·남는다·모자란다·부족하다·아쉽다 … 같은 말을 자주 쓴다고 상투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충분하다’는 말이 들어가 이룬 말뭉치들을 들춰보자.

“영화 잡지를 통해 보았던 이 영화 포스터는 나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잇따른 비리 사건은 한나라당을 비롯해 현 집권세력의 도덕성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미리 분명하게 선을 긋지 않은 것은 표심을 왜곡하고 헛공약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해서다/ 수입 쇠고기는 여학생들에게 내재된 특유의 모성애와 가족애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동사로 끝낼 말을 명사꼴로 바꾸고 토를 붙여 ‘-기에 충분하다’란 이은말을 만들어 썼다. 강조 효과가 그럴듯한 까닭에 흔히 써 먹지만 번역투에서 굳어진 말이다.

이는 그냥 “이 영화 포스터는 단번에 나를 사로잡았다”라든지 “~ 의혹을 사고도 남는다” 정도가 자연스럽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41152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7541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2626
    read more
  4. 캥기다

    Date2011.11.21 By바람의종 Views13118
    Read More
  5. 캐러멜, 캬라멜

    Date2010.05.12 By바람의종 Views9002
    Read More
  6. 칼미크말

    Date2007.11.06 By바람의종 Views7232
    Read More
  7. 칼럼리스트

    Date2010.03.05 By바람의종 Views7453
    Read More
  8. 칼라, 컬러

    Date2009.04.09 By바람의종 Views7694
    Read More
  9. 카키색

    Date2008.10.26 By바람의종 Views9035
    Read More
  10. 카브라

    Date2009.05.12 By바람의종 Views7969
    Read More
  11. 카디건

    Date2009.02.18 By바람의종 Views6633
    Read More
  12. 침착하고 명확하게

    Date2010.07.19 By바람의종 Views9968
    Read More
  13. 칠흑 같다

    Date2007.05.25 By바람의종 Views12564
    Read More
  14. 칠칠한 맞춤법

    Date2008.04.25 By바람의종 Views7546
    Read More
  15. 칠칠하다

    Date2010.07.12 By바람의종 Views10612
    Read More
  16. 칠칠하다

    Date2007.03.29 By바람의종 Views7940
    Read More
  17. 칠거지선(七去之善)

    Date2010.03.05 By바람의종 Views9412
    Read More
  18. 친구이다

    Date2011.11.20 By바람의종 Views11730
    Read More
  19. 치욕의 언어

    Date2021.09.06 By風文 Views831
    Read More
  20. 치르다·치루다

    Date2010.02.12 By바람의종 Views13029
    Read More
  21. 치고박고

    Date2009.03.26 By바람의종 Views8084
    Read More
  22. 충분

    Date2008.11.26 By바람의종 Views6128
    Read More
  23. 충돌과 추돌

    Date2012.11.22 By바람의종 Views13670
    Read More
  24. 충돌, 추돌

    Date2008.11.12 By바람의종 Views7958
    Read More
  25. 춥다와 덥다

    Date2008.02.13 By바람의종 Views10002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