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1.23 05:38

국민

조회 수 4497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국민

언어예절

한 나라 사람들을 싸잡아 부를 말(호칭)이 없다. 수천만 사람을 묶어서 부를 자격이 있는 이가 누구며, 불러서 대답할 그들이 있긴 하겠는가. 백성·국본은 예스럽고, 아쉬운 대로 인민·국민·동포·겨레 같은 지칭어에다 ‘여러분!’을 달아 부를밖에.

올해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건국 60년’만 강조한 탓에 예년 것과는 용어·주제·틀이 달라 말이 많았다. 그런 점을 뺀다면 형식 자체는 꽤 절제되고 다듬은 문장이었다. 단문 위주여서 연설하고 듣기에 부담이 적었고, 평균 어절이 아홉 안쪽으로 무척 짧았다. 단정·비유·설명·약속·의지 …들도 큰 무리 없이 엮이었다. 포괄적 긍정과 희망적 전망으로 뭉뚱그렸지만 앞뒤 60년이란 시공의 폭이 주는 성금도 좀 봤다.

국경일에 걸맞은 말을 빠뜨린 건 큰 흠이다. 국민·동포·민족·겨레에서 ‘국민’은 서른 번 가까이 썼고 다른 말은 한두번에 그쳤다. ‘국민’ 아닌 동포로, 이국에 뼈를 묻은 선열들에다 숱한 ‘재외동포’가 있고, 최근의 ‘귀화 국민’도 정서에서 그렇다. 그러니 ‘북녘 동포’와 함께 적어도 두어차례는 이들을 부르고 외쳐 말로라도 어루만져야 했다.

아직 광복·독립을 못한 이웃 겨레들도 적잖다. 식민지배를 겪은 나라로서 그들의 염원을 지원·지지함과 아울러 침략주의를 경계하는 언급이 반드시 따라야 했다. ‘세계’를 열댓 차례 썼는데, 예나 앞으로나 배달겨레의 최고 실천 이념이라 할 ‘홍익인간’을 내세움만 같지 못하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03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563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0513
2926 겨울 바람의종 2008.01.07 8134
2925 ‘오빠 부대’ 바람의종 2008.01.07 7247
2924 물고를 내다 바람의종 2008.01.08 11574
2923 바가지를 긁다 바람의종 2008.01.08 8671
2922 말소리의 높낮이 바람의종 2008.01.08 7057
2921 헛이름 바람의종 2008.01.08 10507
2920 먹거리와 먹을거리 바람의종 2008.01.08 8239
2919 박차를 가하다 바람의종 2008.01.10 12915
2918 반죽이 좋다 바람의종 2008.01.10 9213
2917 쇠죽 바람의종 2008.01.10 8624
2916 말소리의 억양 바람의종 2008.01.10 6725
2915 말다듬기 바람의종 2008.01.10 6285
2914 반풍수 집안 망친다 바람의종 2008.01.11 11055
2913 변죽을 울리다 바람의종 2008.01.11 11365
2912 떨려나다 바람의종 2008.01.11 8783
2911 배알이 꼬인다 바람의종 2008.01.12 19967
2910 본데없다 바람의종 2008.01.12 8361
2909 울과 담 바람의종 2008.01.12 7425
2908 고양이 바람의종 2008.01.12 7758
2907 서울 바람의종 2008.01.12 6319
2906 볼장 다보다 바람의종 2008.01.13 19139
2905 부아가 난다 바람의종 2008.01.13 1034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