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1.19 02:11

명분

조회 수 4498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명분

언어예절

잘못으로 벌을 받는 것보다 욕을 듣거나 업신여김을 받았을 때 더 괴로운데,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뻔뻔하다거나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고 한다.

‘위선’(僞善), 또는 ‘위선자’라는 욕이 있다. 욕말 치고는 점잖은 편이다. 맞은편에 진실·위악이 있다. 너그럽게 보면 속마음을 부끄러워하는 모습이다.

제도·의례·관습 …들은 그 사회나 개인이 오랜 세월 어렵게 쌓고 다듬은 가치다. 여기도 꾸며서 굳힌 내용이 많긴 하지만, ‘아름다움’은 대체로 진실을 희생한 위에서 꽃을 피운다. 그러매 전통을 마냥 낡아서 깨뜨려야 할 허례허식으로 지목해서는 곤란하다.

요즘 역사·절제·예의를 팽개친 기발한 ‘작명’ 하나가 이땅 사람들을 어지럽힌다. ‘건국 60주년, 건국절’이 그것이다. 몇 해 전의 ‘제2 건국’은 그나마 ‘제2’라는 모자 덕분에 욕을 덜 먹었다. 그도 아닌 요즘의 ‘건국’은 아무리 잘 봐 줘도 자신의 역사를 스스로 좁히고 끊고 비튼 작명이다.

좋은 말도 격과 명분이 어울리지 않으면 웃음거리가 된다. 잘 쓰던 ‘광복절·정부수립’을 그대로 쓰느니만 못하다. 아니면 적어도 임시정부, 40여년의 항일 투쟁과 희생, 남쪽 단독정부에 뒤이은 북쪽 체제를 아우르는 배포와 명분을 갖춘 이름을 찾아야 마땅하다. 설익은 정부라도 정부는 정부다. 그런 데서 하는 일이 아이들처럼 억지로 떼를 부리는 ‘위악’ 같아서야.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151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811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2998
3018 ‘머스트 해브’와 ‘워너비’ 風文 2024.03.27 2309
3017 ‘쫓다’와 ‘쫒다’ 風文 2023.07.01 2314
3016 수어 / 닭어리 風文 2020.07.04 2316
3015 국방색 / 중동 風文 2020.06.24 2317
3014 포퓰리즘 / 특칭화의 문제 風文 2020.07.15 2345
3013 헷갈리는 맞춤법 風文 2024.01.09 2346
3012 사라진 아빠들 / 피빛 선동 風文 2020.07.19 2359
3011 말의 토착화 / 국가와 교과서 風文 2020.07.20 2386
3010 받아쓰기 없기 風文 2022.02.10 2521
3009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대기업은 싫습니다 風文 2020.07.15 2563
3008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아이들은 잡초처럼 키워라 風文 2020.07.14 2608
300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포도밭의 철학 風文 2020.07.17 2650
3006 '명문'이라는 이름 / 가족의 의미 風文 2020.07.16 2690
300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아이디어도 끈기다 風文 2020.07.19 2739
300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다르게 생각해야 '물건'이 보인다 風文 2020.07.19 2787
3003 말과 글 바람의종 2008.01.19 4276
3002 보도자료 바람의종 2008.05.06 4416
» 명분 바람의종 2008.11.19 4498
3000 발자국 바람의종 2008.11.11 4556
2999 국민 바람의종 2008.11.23 4563
2998 되겠습니다 바람의종 2008.09.20 4631
2997 말 목숨 바람의종 2009.05.06 465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