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1.02 05:01

당부

조회 수 6665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당부

언어예절

나무라거나 훈계·요청하는 말 앞뒤에서 흔히 ‘당부한다’고 한다. 그런데 ‘당부하는’ 쪽은 실제로 주문하고 당부하느라 ‘당부’란 말을 쓸 겨를이 없다. 관찰자나 제삼자가 써야 자연스러운데, 현실은 좀 다르다. 언론 쪽 논설에서는 ‘당부한다’를, 위정자나 선량들은 연설이나 조사·감사 자리에서 ‘당부드린다’를 즐겨 쓴다.

본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의를 주거나 잊지 않도록 거듭 강조하는 걸 일컬어 ‘당부한다’고 한다. ‘당부드린다’는 ‘당부한다’가 좀 불손하게 느껴져 쓰는 말이지만, 권위와 공손이 어울리지 않아 서로 충돌하고 버성긴다. ‘부탁·상의·공양·인사·말씀+드리다’라면 그나마 어울리는 조합이다.

“어쨌든 이 문제에 대해서 더 많은 강력한 의지를 보여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억울하게 배제되는 그런 비정규직이 없도록 확실하게 관심을 보여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서면으로 좀 해 주시도록 당부드리겠습니다.”

여기서 ‘당부드립니다’는 상투적이고 하나 마나하며 버성기게 들리므로 그냥 ‘보여주십시오’, ‘~주시기 바랍니다’ 정도로 바꾸는 게 낫겠다.

“국방부 차원에서 총체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할 것을 당부한다/ 우리는 이번 청와대 수석비서들의 일괄사표가 국정쇄신의 출발점이 되길 당부한다/ 다시 한번 당부하건대 ….”

권위적이고 낯익은 논설투다. 그러나 참된 ‘권위’는 이런 훈계조의 말투보다 언론 구실을 제대로 하는 데서 나올 터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24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577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0666
2926 맨 처음, 맨손 바람의종 2008.12.07 5683
2925 값과 삯 바람의종 2007.12.26 5690
2924 무궁화 바람의종 2008.03.30 5690
2923 감동·어루동 바람의종 2008.07.04 5696
2922 도구 바람의종 2007.06.26 5705
2921 생각두룩새 바람의종 2009.05.28 5708
2920 모순 바람의종 2007.07.03 5708
2919 세밑 바람의종 2009.05.17 5709
2918 서로 바람의종 2009.03.30 5713
2917 우리말 계통 바람의종 2007.12.22 5715
2916 오마이 바람의종 2008.11.16 5733
2915 양지꽃 바람의종 2008.08.08 5736
2914 공쿠르, 콩쿠르 바람의종 2009.06.16 5736
2913 바람의종 2008.08.08 5738
2912 곤혹과 곤욕 바람의종 2008.04.17 5741
2911 나비나물 바람의종 2008.04.24 5743
2910 미치광이풀 바람의종 2008.07.04 5756
2909 프로 바람의종 2008.11.22 5761
2908 불우 바람의종 2007.07.17 5764
2907 사자 바람의종 2008.12.26 5770
2906 왔수다! 바람의종 2009.03.03 5771
2905 덕분 바람의종 2009.07.13 578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