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9.26 18:49

주소서

조회 수 5830 추천 수 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주소서

언어예절

‘공손함’을 한자락 걸치는 말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주다’는 젖먹이 때부터 익은 말로서, ‘주시다·드리다·올리다·바치다’란 높임말이 있고, ‘달라·다오’는 주로 평대에 쓴다. 하느님·임금 …한테 비는 ‘~ 주시옵소서’ 꼴이 맏높이는 말이다. 이는 남에게 베푸는 맛을 풍기는 까닭에 잘못 쓰면 곤란을 당할 수도 있다. 예컨대 집안 청소를 하면서 “오늘은 어디 청소 한번 해 줄까?”란다면 가족이 듣기에 거북할 터이다. 자기집 일을 하면서 무엇을 베푸는 말투인 까닭이다. 무엇을 요청·애원·청원할 때 ‘-어 주다’ 꼴을 특히 많이 쓴다. 공손한 느낌을 주면서 바라는 뜻을 강조하는 구실을 하는 까닭이다. 문제는 그럴 것까지 없는 말에서도 버릇으로 쓴다는 점이다.

인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앉아서 하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타 사항은 배부해드린 유인물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말씀해 주시지요/ 저희에게 제일 좋은 학교를 허락해 주시옵소서/ 주문해 주신 제품은 오늘 발송됩니다 ….(손질한 말 ⇒ ~ 인사하시기 바랍니다/ ~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하십시오/ 말씀하시지요/ ~ 허락하소서/ 주문하신 제품은 ~.)

여기서 ‘주다’는 높임꼴 명사형(주시기)으로 바뀌어 ‘바랍니다’란 말의 목적어가 됐다. 에둘러 말할 때 즐겨 쓰는 서술어(바랍니다)로도 모자라 공손까지 더했으니 ‘공손을 뜬다’는 말을 들을 법하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771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421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9139
1166 밤을 지새다, 지새우다 바람의종 2008.09.27 12534
1165 작니?, 작으니? 바람의종 2008.09.27 6606
1164 어떡해, 어떻게, 어떻해 바람의종 2008.09.27 9590
1163 돟습니다레! 바람의종 2008.09.27 6408
1162 몇일, 며칠 바람의종 2008.09.26 6676
1161 결단, 결딴 바람의종 2008.09.26 8542
1160 안절부절 하다 바람의종 2008.09.26 7003
» 주소서 바람의종 2008.09.26 5830
1158 바람의종 2008.09.26 5150
1157 윗옷, 웃옷 바람의종 2008.09.25 7809
1156 옷매무새, 옷매무시 바람의종 2008.09.25 9270
1155 보약 다리기 바람의종 2008.09.25 7913
1154 핀과 핀트 바람의종 2008.09.25 8758
1153 당신은 누구시길래 바람의종 2008.09.24 8216
1152 딛었다, 디뎠다 바람의종 2008.09.24 8880
1151 맨날, 만날 바람의종 2008.09.24 7396
1150 맵토이 바람의종 2008.09.24 6903
1149 있냐? 없냐? 바람의종 2008.09.23 8978
1148 쥐어 주다, 쥐여 주다 바람의종 2008.09.23 15722
1147 파이팅, 오바이트, 플레이, 커닝 바람의종 2008.09.23 8630
1146 어디 가여? 바람의종 2008.09.23 4823
1145 허접쓰레기/허섭스레기 바람의종 2008.09.20 909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