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9.26 18:49

주소서

조회 수 5860 추천 수 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주소서

언어예절

‘공손함’을 한자락 걸치는 말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주다’는 젖먹이 때부터 익은 말로서, ‘주시다·드리다·올리다·바치다’란 높임말이 있고, ‘달라·다오’는 주로 평대에 쓴다. 하느님·임금 …한테 비는 ‘~ 주시옵소서’ 꼴이 맏높이는 말이다. 이는 남에게 베푸는 맛을 풍기는 까닭에 잘못 쓰면 곤란을 당할 수도 있다. 예컨대 집안 청소를 하면서 “오늘은 어디 청소 한번 해 줄까?”란다면 가족이 듣기에 거북할 터이다. 자기집 일을 하면서 무엇을 베푸는 말투인 까닭이다. 무엇을 요청·애원·청원할 때 ‘-어 주다’ 꼴을 특히 많이 쓴다. 공손한 느낌을 주면서 바라는 뜻을 강조하는 구실을 하는 까닭이다. 문제는 그럴 것까지 없는 말에서도 버릇으로 쓴다는 점이다.

인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앉아서 하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타 사항은 배부해드린 유인물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말씀해 주시지요/ 저희에게 제일 좋은 학교를 허락해 주시옵소서/ 주문해 주신 제품은 오늘 발송됩니다 ….(손질한 말 ⇒ ~ 인사하시기 바랍니다/ ~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하십시오/ 말씀하시지요/ ~ 허락하소서/ 주문하신 제품은 ~.)

여기서 ‘주다’는 높임꼴 명사형(주시기)으로 바뀌어 ‘바랍니다’란 말의 목적어가 됐다. 에둘러 말할 때 즐겨 쓰는 서술어(바랍니다)로도 모자라 공손까지 더했으니 ‘공손을 뜬다’는 말을 들을 법하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272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910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4353
2970 조리다, 졸이다 바람의종 2012.11.06 15299
2969 콩깍지가 쓰였다 / 씌였다 바람의종 2012.11.06 40523
2968 건더기, 건데기 바람의종 2012.11.05 11489
2967 龜의 독음 바람의종 2012.11.05 8575
2966 씁쓰레하다, 씁쓸해하다 바람의종 2012.11.02 8816
2965 결단과 결딴 바람의종 2012.11.01 9126
2964 하릴없이, 할 일 없이 바람의종 2012.10.30 13239
2963 뭘로 / 뭐로 바람의종 2012.10.17 12699
2962 그분이요? / 그분이오? 바람의종 2012.10.17 9069
2961 사이시옷 바람의종 2012.10.15 10501
2960 응큼하다 바람의종 2012.10.09 13334
2959 진면목 바람의종 2012.10.09 10293
2958 이었다, 이였다 바람의종 2012.10.08 30022
2957 전년도, 회계연도 바람의종 2012.10.08 12356
2956 마다 않고, 아랑곳 않고 바람의종 2012.10.05 16879
2955 까탈스럽다 바람의종 2012.10.04 8734
2954 팔염치, 파렴치 / 몰염치, 염치, 렴치 바람의종 2012.10.02 15876
2953 ~도 불구하고 바람의종 2012.10.02 11397
2952 고육지책, 궁여지책 바람의종 2012.09.28 11644
2951 눈발, 빗발, 화장발 바람의종 2012.09.27 8911
2950 쪼달리다, 쪼들리다 / 바둥바둥, 바동바동 바람의종 2012.09.27 13817
2949 일찌기, 일찍이 / 더우기, 더욱이 바람의종 2012.09.26 3134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