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9.09 04:13

지나친 완곡

조회 수 4675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지나친 완곡

언어예절

말이 변하긴 하지만 두고 보기가 어려운 것들이 있다. 좋은 말을 버려놓는 노릇도 그렇다.

“옛날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그래서 평소 소신대로 방송 정책의 독립을 위해서 애써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자료실 많은 이용 바라겠습니다.”
"고객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라겠습니다.”

흔히 보고 듣는 말인데, 뭔가 맞갖잖고 어설프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그 화근이 ‘-겠-’인 것을 짚어낼 수 있겠다. ‘-겠-’은 때(미래)를 전제로 ‘추측·예견·의지·가능성·능력’ 따위를 나타내는 서술 보조사다. 듣는이를 생각하여 말투를 누그러뜨리고자 할 때도 쓴다.

위 따온말들을, 될수록 부드럽게, 당장보다는 나중 어느 시점부터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 정도로 헤아려 읽을 수는 있겠다. 그렇지만 ‘바라다’는 ‘현재 의지’로 진행되는 것이지 현재를 뛰어넘은 ‘미래 의지’로 쓸 말이 아니다. 그냥 ‘바란다·바라네·바랍니다’로 써야 솔직하고 간곡해지며 자연스럽다. 같은 계열로 ‘희망하다·소망하다·원하다·기대하다·빌다’ 들이 있는데, 이들도 ‘-겠-’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옆자리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 주신다면 얼마나 고맙겠습니까! 문 좀 닫아 주시겠어요? 자네 좀더 열심히 해야겠어!”처럼 부탁·명령·판단이 개입될 때 ‘-겠-’을 쓰면 좀 간드러지고 조심스런 말투가 되지만, 잘못 쓰면 자칫 과공이 비례가 된다는 말을 듣는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498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146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6609
2950 딴전보다, -피우다, -부리다 바람의종 2008.01.03 8795
2949 딴죽걸다 바람의종 2008.01.03 9336
2948 복잡다난·미묘 바람의종 2008.01.03 10990
2947 움과 싹 바람의종 2008.01.03 8530
2946 벌레 바람의종 2008.01.03 7375
2945 떡해먹을 집안이다 바람의종 2008.01.04 8267
2944 떼어논 당상 바람의종 2008.01.04 10456
2943 경제 새말 바람의종 2008.01.04 7345
2942 자음의 짜임새 바람의종 2008.01.04 6939
2941 뚱딴지같다 바람의종 2008.01.05 6820
2940 마가 끼다 바람의종 2008.01.05 16570
2939 제맛 바람의종 2008.01.05 7749
2938 할말과 못할말 바람의종 2008.01.05 7434
2937 호박고지 바람의종 2008.01.05 9019
2936 막간을 이용하다 바람의종 2008.01.06 9200
2935 말짱 도루묵이다 바람의종 2008.01.06 11841
2934 모음의 짜임새 바람의종 2008.01.06 5717
2933 노무족 바람의종 2008.01.06 6231
2932 ‘막하다’ 바람의종 2008.01.06 8028
2931 맞장구 치다 바람의종 2008.01.07 11987
2930 먹통 같다 바람의종 2008.01.07 9711
2929 참말과 거짓말 바람의종 2008.01.07 872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