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짐승이름
곰도 한 가지 재주는 있다. 우리나라에 가장 확실한 자원이 있다면 곧 사람인데, 일상에서 아웅다웅 살지만 사람마다 소중함이 더할 나위 없다.
겨레의 뿌리를 떠올리면, 곰은 신성한 상징성을 지닌다. 곰 여인(웅녀)이 단군의 어머니고 백두산을 달리 웅신산(熊神山)으로 일컬으며 공주의 본이름이 웅진 곧 곰나루임을 고려하면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옛말에 곰은 ‘고마’였다.(신증유합) 곰이야말로 경건하게 삼가서 흠모해야 할 대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마 敬 고마 虔 고마 欽) 단군의 어머니가 곰신이었고 이는 창조신화의 뿌리샘이니까. 오늘날 진해의 옛이름이 웅신(熊神)이었음도 암시하는 바가 크다. 일본말로 곰은 ‘구마’이고 가장 큰 축제의 하나인 아이누의 구마마쓰리(熊祭)가 곰의 신성함을 더해 준다. 아이누말에서 신이 ‘가무이’인데, 우리말에서 신은 ‘검’(신자전)이었다. 조물주가 검(geom)이라고 최남선도 적고 있다. 우리말에서 검이 신임을 아는 이가 적다. 그렇게 배우지도 가르치지도 않았으니 모르는 게 이상할 건 없지만, 자기 것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는 있겠다.
‘고맙다’란 ‘고마에 같다’는 말이 합친 형태로 “당신의 은혜가 곰 어머니 곧 조상신과 하느님과 같다”는 뜻이 된다. ‘고맙다’야말로 겨레의 화두이고 뿌리의식을 드러낸 말이다. 어머니란 말도 고마(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개연성이 높다. 고맙소 향 깊은 언덕 무지개는 피리니.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42833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89229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04456 |
2992 | 어디 가여? | 바람의종 | 2008.09.23 | 4858 |
2991 | 숫컷, 숫소? | 바람의종 | 2008.09.30 | 4863 |
2990 | 아니다라는 | 바람의종 | 2008.10.27 | 4864 |
2989 | 어떻게 | 바람의종 | 2008.10.23 | 4918 |
2988 | 숙제 | 바람의종 | 2007.07.28 | 4960 |
2987 | 늦잔이·잠이 | 바람의종 | 2008.07.18 | 5010 |
2986 | ‘-도록 하다’ | 바람의종 | 2008.09.04 | 5122 |
2985 | 부랴부랴 | 風磬 | 2006.12.20 | 5126 |
2984 | 노루 | 바람의종 | 2008.10.27 | 5146 |
2983 | 고소마리 | 바람의종 | 2009.03.23 | 5151 |
2982 | 개망초 | 바람의종 | 2008.07.21 | 5169 |
2981 | 자문 | 바람의종 | 2008.11.15 | 5179 |
2980 | 닭 | 바람의종 | 2008.09.26 | 5187 |
2979 | 매 | 바람의종 | 2009.03.18 | 5188 |
2978 | 곤혹스런 | 바람의종 | 2008.07.28 | 5205 |
2977 | 애매모호 | 바람의종 | 2008.11.14 | 5226 |
2976 | 겹말을 피하자(中) | 바람의종 | 2008.05.08 | 5247 |
2975 | 삼가 | 바람의종 | 2008.10.04 | 5282 |
2974 | 니가, 지가 | 바람의종 | 2008.11.18 | 5294 |
2973 | 봄맞이꽃 | 바람의종 | 2008.06.27 | 5299 |
2972 | 삐라 | 바람의종 | 2008.02.15 | 5307 |
2971 | 당나귀 | 바람의종 | 2009.07.23 | 5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