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긴인사
북녘말
“상주님을 그대루 보여서 쓰겠소. 새루 궂긴인사하고 보입시다.”(홍명희, 림꺽정)
‘궂긴인사’는 상주를 위문하는(조문) 말이다. 이는 홍명희의 <임꺽정>에도 쓰인 말이니 굳이 북녘말이라 할 것은 없겠다. 다만 남녘에서는 ‘궂긴 인사’처럼 띄어서 쓰고, 한 낱말로 보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한 낱말로 보느냐, 두 낱말로 보느냐’는 국어사전에 올랐느냐와 관련이 있다. 국어사전은 보통 하나의 낱말을 올림말(표제어)로 삼는 까닭에 두 낱말은 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겨레말큰사전> 새말 조사 과정을 보면, 남북 모두 같은 소설(임꺽정)을 조사했지만, 북녘에서만 ‘궂긴인사’를 새 낱말로 봤다.
궂긴인사는 ‘궂기다’와 ‘인사’가 합친 말이다. ‘궂기다’는 남북 사전에 두루 실렸지만, 남녘에서 널리 쓰이지는 않는다. <한겨레> 신문에서는 2003년께부터 부음·부고 대신 ‘궂긴소식’을 쓰고 있다. 그 덕에 ‘궂기다’도 꽤 알려져서 쓰이고 있음을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다.
‘궂기다’는 ‘돌아가시다’처럼 ‘윗사람이 죽다’를 완곡하게 이르는 뜻과 ‘일에 헤살이 들어 잘 되지 않는다’는 뜻 둘로 쓰인다. 형태만 보면, ‘궂다’에 접미사 ‘-기-’가 붙어서 ‘궂기다’가 된 것으로 여길 수 있지만, 그렇게 보기도 어렵다. ‘궂다’의 뜻이 ‘나쁘다’임을 생각할 때, 관련성이 있기는 하지만 ‘궂기다’의 의미폭이 많이 좁기 때문이다. 헤살은 ‘일을 방해하는 것’이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7573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4225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9096 |
2864 | 빼았기다 / 빼앗기다 | 바람의종 | 2011.11.15 | 12010 |
2863 | 한(限) | 바람의종 | 2010.06.01 | 12003 |
2862 | 맞장구 치다 | 바람의종 | 2008.01.07 | 11999 |
2861 | 홍길동이라고 합니다 | 바람의종 | 2010.08.14 | 11996 |
2860 | 함흥차사 | 바람의종 | 2007.12.24 | 11986 |
2859 | 입장 | 바람의종 | 2010.03.18 | 11984 |
2858 | 삼겹살의 나이 | 바람의종 | 2012.05.04 | 11984 |
2857 | 시보리 | 바람의종 | 2012.09.14 | 11982 |
2856 | 제우 요것뿐이오! | 바람의종 | 2010.01.20 | 11978 |
2855 | 난이도, 난도 | 바람의종 | 2009.06.29 | 11975 |
2854 | 황소바람 | 바람의종 | 2010.09.04 | 11970 |
2853 | 쌉싸름하다 | 바람의종 | 2009.05.21 | 11966 |
2852 | 숟가락 | 바람의종 | 2010.05.28 | 11964 |
2851 | 뇌졸중 / 뇌졸증 | 바람의종 | 2012.08.13 | 11940 |
2850 | 속앓이 | 바람의종 | 2009.09.26 | 11924 |
2849 | ‘바드민톤’과 ‘아수한 이별’ | 바람의종 | 2010.04.23 | 11908 |
2848 | 회피 / 기피 | 바람의종 | 2012.07.05 | 11904 |
2847 | ‘붇다’와 ‘붓다’의 활용 | 바람의종 | 2010.01.14 | 11896 |
2846 | 좋은 아침! | 바람의종 | 2008.03.27 | 11895 |
2845 | 노일전쟁 | 바람의종 | 2010.06.19 | 11891 |
2844 | 어기여차 | 바람의종 | 2012.10.30 | 11890 |
2843 | 야트막하다, 낮으막하다, 나지막하다 | 바람의종 | 2009.03.30 | 118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