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7.03 02:44

교복물림

조회 수 6773 추천 수 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교복물림

북녘말

“벼수확의 10 이상이 교복물림처녀의 가느다란 팔에 실리였다.”(한웅빈·금수강산을 수놓는 처녀)


요즘 남녘에서는 선배가 후배에게 교복을 물려주는 일이 활발하다는데, 북녘에서도 그런 일이 많은 것일까? 그런데 ‘교복물림처녀’를 ‘교복을 물려받은 처녀’로 보면, 문장이 잘 해석되지 않는다. 농사를 짓는 일과 교복을 물려받는 일이 별로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북녘 말 ‘교복물림’은 ‘학교를 갓 졸업하여 사회 경험이 부족한 사람’을 홀하게 이르는 말이다. 남북에서 쓰는 ‘책상물림, 글방물림’과 같은 말이다.

‘물림’은 ‘밥상을 물리다, 책상을 물리다’처럼 ‘무엇을 다른 곳으로 옮기다’를 뜻하는 ‘물리다’의 명사형이다. ‘책상물림’은 공부하는 책상을 물렸으니 금방 공부를 마쳤다는 뜻이고, 이는 곧 실제 경험이 부족하다는 뜻이 된다. 글방은 옮길 수 없기 때문에 ‘물림’의 대상이 될 수 없으나, ‘책상물림’의 영향으로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글방을 금방 나왔다면 역시 경험이 부족할 것이다. 북녘에서는 ‘교복물림, 학생물림’도 쓰는데, 교복을 금방 벗은 것, 학생을 금방 벗어난 것 역시 ‘경험이 부족하다’로 연결된다.

재미있는 것은 남녘의 ‘교복물림’이다. ‘물리다’는 ‘재산을 아들에게 물리다’처럼 ‘무엇을 다른 사람에게 주다’의 뜻도 있는데, 남녘에서는 이 뜻으로 ‘교복물림’을 쓴다. 사실 ‘무엇을 옮기는 것’이나 ‘무엇을 누구에게 주는 것’이나 ‘대상물이 이동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그 미묘한 차이를 남과 북이 다르게 쓰고 있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03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563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0508
2926 관형사 바람의종 2010.02.09 10450
2925 괄괄하다 風磬 2006.09.29 14191
2924 괄세, 섭하다 바람의종 2010.02.21 12338
2923 괄호, 소리 없는, 반격의 꿔바로우 風文 2022.08.03 1112
2922 광대수염 바람의종 2008.02.13 8420
2921 광안리 바람의종 2012.04.19 12277
2920 괘씸죄 바람의종 2008.03.31 7889
2919 괜스럽다 바람의종 2010.08.05 9317
2918 괭이눈 바람의종 2008.03.01 6403
2917 괴기라미 떡이라미 바람의종 2008.11.20 6612
2916 괴나리봇짐, 쇠털, 괴발개발 바람의종 2008.05.23 9220
2915 괴다와 사랑하다 바람의종 2008.02.02 9644
2914 괴발개발(개발새발) 風磬 2006.09.14 20814
2913 교과서 바람의종 2009.02.20 5480
» 교복물림 바람의종 2008.07.03 6773
2911 교열의 힘, 말과 시대상 風文 2022.07.11 959
2910 교육과 새말 바람의종 2007.12.30 6669
2909 교정, 교열 / 전공의 風文 2020.05.27 1204
2908 교환 / 교체 바람의종 2010.10.04 13108
2907 구경꾼의 말 風文 2022.12.19 1003
2906 구구히, 구구이 바람의종 2012.01.07 8735
2905 구년묵이(구닥다리) 風磬 2006.10.10 1481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