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6.23 09:53

사음동과 마름골

조회 수 7837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사음동과 마름골

땅이름

<용비어천가>의 땅이름 표기 가운데 ‘마름골’은 ‘사음동’(舍音洞)과 대응된다. ‘마름’이 ‘사음’으로 바뀐 연유는 ‘차자 표기’ 원리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자를 빌려 우리말 단어를 적을 때 적용된 원리 가운데 하나는 ‘훈주음종’(訓主音從)이다. 이 원리는 우리말 단어의 뜻을 담고 있는 한자를 찾아 표기하고 그 다음에 우리말 단어의 음과 일치하는 한자를 덧붙여 표기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마음’을 표기할 때는 ‘마음 心’에 ‘소리 音’을 붙여 ‘심음’이라고 쓰고, ‘가을’을 표기할 때는 ‘가을 秋’에 ‘살필 察’(옛음은 ‘△·ㄹ’)을 붙여 쓰는 방식이다.

‘사음’의 舍’는 일반적으로 ‘집’이나 ‘관청’을 뜻하지만, ‘그치다’, ‘말다’의 뜻도 갖고 있다. 한글학회 <우리말큰사전>에서는 ‘마름’을 ‘지주의 위임을 받아 소작인을 관리하던 사람’으로 풀이하고, ‘사음’과 같은 뜻의 말이라고 하였다. 이는 한자 사(舍)에 ‘마름’이란 뜻이 있었음을 의미하는데, 대부분의 자전류에는 이런 풀이가 없다. 아마도 ‘말다’의 훈을 차용한 ‘사’에 ‘소리 음’을 덧붙여 ‘마름’ 대신에 사용한 한자어가 ‘사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기철·신용철의 <새우리말큰사전>에서는 ‘마름’이 조선 중기 이후에 생겼다고 하였는데, <용비어천가>를 고려한다면 이 말이 생성된 시점은 훨씬 오래 전이며, 이기영의 <고향>이나 문순태의 <타오르는 강>에서도 ‘마름’ 대신 ‘사음’을 즐겨 사용한 것을 보면, 말의 생명력이 얼마나 끈질긴지 짐작할 만하다.

허재영/단국대 인재개발원 교수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38575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5146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199993
    read more
  4. 좋게 말하기

    Date2008.06.12 By바람의종 Views8198
    Read More
  5. 짝태

    Date2008.06.13 By바람의종 Views8000
    Read More
  6. 망오지·강아지

    Date2008.06.13 By바람의종 Views8398
    Read More
  7. 꽝꽝나무

    Date2008.06.14 By바람의종 Views6490
    Read More
  8. 죽전과 삿대수

    Date2008.06.14 By바람의종 Views8114
    Read More
  9. 단말, 쓴말

    Date2008.06.15 By바람의종 Views6768
    Read More
  10. 강냉이

    Date2008.06.15 By바람의종 Views9404
    Read More
  11. 실구디·실구지

    Date2008.06.16 By바람의종 Views7791
    Read More
  12. 참나리

    Date2008.06.16 By바람의종 Views7610
    Read More
  13. 손돌과 착량

    Date2008.06.17 By바람의종 Views9030
    Read More
  14. 말과 생각

    Date2008.06.17 By바람의종 Views6122
    Read More
  15. 옥쌀·강낭쌀

    Date2008.06.18 By바람의종 Views8760
    Read More
  16. 간디·무작쇠

    Date2008.06.18 By바람의종 Views6313
    Read More
  17. ‘앗다’ 쓰임

    Date2008.06.19 By바람의종 Views6760
    Read More
  18. 가마즁이·언년이

    Date2008.06.19 By바람의종 Views6937
    Read More
  19. 꿩의바람꽃

    Date2008.06.19 By바람의종 Views6414
    Read More
  20. 오음산과 오름

    Date2008.06.21 By바람의종 Views9350
    Read More
  21. 발칙과 점잔

    Date2008.06.21 By바람의종 Views7178
    Read More
  22. 다락밭

    Date2008.06.22 By바람의종 Views6041
    Read More
  23. 논이·노리개

    Date2008.06.22 By바람의종 Views4791
    Read More
  24. 쥐꼬리망초

    Date2008.06.22 By바람의종 Views6512
    Read More
  25. 사음동과 마름골

    Date2008.06.23 By바람의종 Views783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