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6.17 03:35

손돌과 착량

조회 수 9139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손돌과 착량

땅이름

‘솔다’는 ‘너르다’와 반대로 공간이 좁을 때 쓴다. ‘저고리 품이 솔다’, ‘솔아 빠진 방’이라는 표현이 있다. 관련을 맺는 말들도 적잖은데, 말의 형태가 심하게 바뀌어 ‘솔다’에서 온 말인지 알기 어려울 때가 많다. ‘솔다’에 ‘곶’[串]이 합친 ‘송곳’이나, ‘솔다’에 ‘나무’가 합친 ‘소나무’가 있다. ‘송곳’의 옛말 형태가 ‘솔옷’이었음은 <훈몽자회>에서도 확인되는데, ‘솔옷 쵸[錐]’라고 풀이하였고, 어휘 사전인 <유합>에서는 ‘송곳 츄[錐]’라고 했다.

‘소나무’도 ‘솔다’에서 비롯된 말임은 낱말 짜임새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대체로 토박이말은 토박이말끼리, 한자어는 한자어끼리 어울린다. 이를 고려한다면 ‘소나무’는 한자어 ‘송’(松)에서 비롯된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솔’과 ‘송’의 발음이 유사하고 뜻이 같아 두 말이 뒤섞여 쓰인다. 그래서 ‘솔고개’, ‘솔내’를 ‘송현’(松峴), ‘송천’(松川)으로 고쳐 부르고, ‘솔골’은 ‘송곡’(松谷)으로 부른다.

순조 때 김매순이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열양세시기>에는 “강화 바다 가운데 험한 암초가 있으니 ‘손석항’이라 부르는데, 손석항이라는 초공이 원통하게 빠져 죽은 곳으로, 그가 죽은 날이면 바람이 차고 전율을 일으켜, 뱃사람들이 경계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른바 ‘손돌바람’과 관련된 전설이다. 그런데 사실 ‘손돌’은 ‘솔다’와 ‘돌다’가 합쳐진 말로, ‘좁은 목’을 뜻하는 ‘착량’(窄梁)을 ‘손돌’이라고 표기한 보기를 <용비어천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639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292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7862
3062 표준발음, 구명동의 風文 2020.05.08 1823
3061 ‘통일’의 반대말 風文 2023.01.16 1825
3060 망신 風文 2023.06.09 1829
3059 ‘요새’와 ‘금세’ 風文 2024.02.18 1831
3058 프로듀사 風文 2023.05.30 1837
3057 튀르기예 / 뽁뽁이 風文 2020.05.21 1854
3056 마마잃은중천공? / 비오토프 風文 2020.07.03 1854
3055 와이로 / 5678님 風文 2020.06.05 1855
3054 -시- ① / -시- ② 風文 2020.06.21 1855
3053 띄어쓰기 특례 風文 2022.01.11 1855
3052 맞춤법·표준어 제정, 국가 독점?…오늘도 ‘손사래’ 風文 2022.12.12 1859
3051 김치 담그셨어요? 風文 2024.02.08 1888
3050 “영수증 받으실게요” 風文 2024.01.16 1895
3049 멀쩡하다 / 내외빈 風文 2020.06.18 1896
3048 돔 / 식해 風文 2020.06.23 1902
3047 눈으로 말하기 / 언어와 민주주의 風文 2020.07.08 1902
3046 위드 코로나, 아이에이이에이 風文 2022.10.05 1902
3045 풋 / ‘열’(10) ①, ‘열’(10) ② 風文 2020.05.10 1910
3044 ‘끄물끄물’ ‘꾸물꾸물’ 風文 2024.02.21 1912
3043 가던 길 그냥 가든가 風文 2024.02.21 1937
3042 ‘도와센터’ ‘몰던카’ 風文 2024.01.16 1949
3041 문어발 / 징크스 風文 2020.07.02 195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