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6.03 12:30

혈구군과 갑비고차

조회 수 8905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혈구군과 갑비고차

땅이름

<삼국사기> 지리지에는 강화도의 옛이름이 ‘혈구군’(穴口郡)이었으며, 한편으로는 ‘갑비고차’(甲比古次)로 불렸다고 하였다. ‘혈’은 우리말의 ‘구멍’에 해당하는 한자어로 우리의 옛말 ‘구무’와 같은 뜻이며, ‘고차’는 바닷가의 굴곡진 곳을 뜻하는 ‘곶’이므로, ‘혈구’는 ‘구멍처럼 생긴 굴곡진 곳’을 의미한다. <고가연구>에서는 ‘혈’의 옛말인 ‘구무’를 ‘신’을 뜻하는 ‘검’에서 비롯된 말로 풀이한 바 있다. 또 삼국사기 고구려 광개토왕 기록에는 “왕이 백제의 관미성을 공격하여 함락시켰는데, 이 성은 사면이 고립되어 있으며, 바닷물이 돌아드는 곳”이라고 묘사되어 있는데, 이로 미루어 관미성도 강화의 옛이름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땅이름이 겨레말의 말밑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삶의 양식을 반영한다고 할 때, 땅이름에 스며 있는 신화와 전설을 찾아내는 일도 흥미로운 일이다. 향가 <안민가>에는 “구물 다히 살 손 물생”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구절의 ‘구물’을 어떻게 풀이할 것인지는 의견이 다를 수 있으나 ‘구물’이 ‘굴’을 의미하며, 이는 수도승들이 ‘굴’에 은거하며 사는 경우가 많았다는 양주동·지헌영의 해석은 말밑에 담긴 삶의 양식을 반영한 풀이로 볼 수 있다. 또한 <우리말의 상상력>을 지은 정호완도 ‘혈거문화’를 ‘굴살이’로 번역하면서 ‘굴’과 ‘신앙’의 관련성을 풀이한 바 있다.

우리 겨레에게 강화도는 뿌리와 같은 곳이다. ‘갑비고차’, ‘혈구’, ‘해구’, ‘관미’ 등으로 불린 강화의 옛이름에서 바다와 섬의 모양새뿐만 아니라 우리 겨레의 삶의 양식과 신화를 찾아볼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91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949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4475
91 웅숭깊다 바람의종 2007.03.03 17176
90 우려먹다(울궈먹다) 바람의종 2007.03.03 14067
89 우레 바람의종 2007.03.03 8968
88 올곧다 바람의종 2007.03.03 14133
87 오사바사하다 風磬 2007.01.19 14146
86 오랑캐 風磬 2007.01.19 9148
85 엔간하다 風磬 2007.01.19 9792
84 억수 風磬 2007.01.19 8739
83 애벌빨래 風磬 2007.01.19 10838
82 애물단지 風磬 2007.01.19 8422
81 안갚음 風磬 2007.01.19 8878
80 아니꼽다 風磬 2007.01.19 14963
79 시답잖다 風磬 2007.01.19 12390
78 시달리다 風磬 2007.01.19 8674
77 스스럼없다 風磬 2007.01.19 12946
76 선비 風磬 2007.01.19 10199
75 서울 風磬 2007.01.19 7444
74 서낭당 風磬 2006.12.29 7945
73 샌님 風磬 2006.12.29 10662
72 샅샅이 風磬 2006.12.29 6468
71 삿대질 風磬 2006.12.29 698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