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5.24 01:56

소행·애무

조회 수 8883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소행·애무

북녘말

남북이 같은 말을 비슷한 뜻으로 쓰고 있지만, 그 느낌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는 말이 있다. 이런 말은 대화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생소한 말을 듣게 된다면 그 뜻을 문맥에서 짐작하거나 뜻을 물어보아 확인할 수 있지만, 말에서 풍기는 느낌에 차이가 있다면 묻기도 곤란하고,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북녘말 ‘소행’과 ‘애무’에 그런 차이가 있다.

“전날에, 렬녀의 소행을 찬양하고 기념하기 위하여 세우는 붉은 문.”(조선말대사전)
“백락신이란 자의 소행을 보면 전수이 날도독놈의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계명산천은 밝아오느냐 1)

남녘에서는 소행(所行)을 부정적인 일에 쓰기 때문에 ‘열녀의 소행’을 기념하기보다는 ‘열녀의 행적’을 기념하여 열녀문을 세운다. 북녘에서는 ‘소행’을 긍정적인 일, 부정적인 일에 두루 쓰기 때문에 ‘어여쁜 소행, 아름다운 소행, 기특한 소행’이 가능하다. 남녘에서 이런 표현을 쓴다면 비꼬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전수이’는 ‘전적으로’의 뜻이다.

“황소는 광섭의 지극한 애무에 반겨 어쩌지 못하듯 꼬리를 휘두르고 영각을 치기도 하였다.”(조선말대사전)
“지쳤던 아이는 어머니의 다정한 애무에 그만 솔곤히 잠이 들었다.”(조선말대사전)

남녘에서 ‘애무’는 주로 ‘이성간의 사랑 표현’으로 쓰이지만, 북녘에서는 글자뜻 그래로 ‘쓰다듬다, 어루만지다’처럼 포괄적으로 쓰인다. 단순히 ‘사랑하고 귀여워하며 어루만지는 것’이어서 황소를 애무하기도, 어머니가 아이를 애무하기도 한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992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644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1459
3106 말다듬기 위원회 / 불통 風文 2020.05.22 1464
3105 인기척, 허하다 風文 2022.08.17 1470
3104 국가의 목소리 風文 2023.02.06 1472
3103 지명의 의의 風文 2021.11.15 1476
3102 방방곡곡 / 명량 風文 2020.06.04 1477
3101 맞춤법을 없애자, 맞춤법을 없애자 2 風文 2022.09.09 1480
3100 열쇳말, 다섯 살까지 風文 2022.11.22 1482
3099 아이 위시 아파트 風文 2023.05.28 1486
3098 공화 정신 風文 2022.01.11 1489
3097 지도자의 화법 風文 2022.01.15 1493
3096 독불장군, 만인의 ‘씨’ 風文 2022.11.10 1497
3095 질척거리다, 마약 김밥 風文 2022.12.01 1498
3094 ‘걸다’, 약속하는 말 / ‘존버’와 신문 風文 2023.10.13 1501
3093 8월의 크리스마스 / 땅꺼짐 風文 2020.06.06 1507
3092 ‘괴담’ 되돌려주기 風文 2023.11.01 1507
3091 납작하다, 국가 사전을 다시? 주인장 2022.10.20 1511
3090 ‘도와센터’ ‘몰던카’ 風文 2024.01.16 1511
3089 이 자리를 빌려 風文 2023.06.06 1512
3088 “영수증 받으실게요” 風文 2024.01.16 1516
3087 갑질 風文 2024.03.27 1518
3086 가던 길 그냥 가든가 風文 2024.02.21 1520
3085 기림비 2 / 오른쪽 風文 2020.06.02 152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