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5.24 01:54

에두르기

조회 수 7047 추천 수 3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에두르기

언어예절

돌려 말하거나 날을 누그러뜨려 하는 말법들(완곡어법·헤지)을 ‘에두르기’라 싸잡는다. 이는 껄끄런 말을 부드럽게, 아닌 걸 긴 것처럼 베풀거나 말꼬리를 흐리는 등으로 그 얼안이 넓어진다. 말글로 먹고 사는 이, 판단·분석·주장을 전문으로 하는 법조인·학자·정치인 두루 그 애호가들이다.

선거 유세 쪽은 에두르기가 좀 덜하다. “여러분께서 저를 ○○○으로 뽑아주신다면 …/ 제가 된다면 …”을 깔고 있으니 굳이 에둘러 말할 게 없다. 거짓일지언정 믿음과 확신을 주자면 에두를 짬이 없는 까닭이다.

에두르기에 종사하는 말과 말투는 갖가지다. 입음꼴, 인용, 겹부정, 갖은 비유, 도움토들이 대표선수다. 딱히 한정하기는 어려우나 두드러진 표지들을 들추면 “-적(的), -성(性), 보여진다, 여겨진다, 생각된다, 생각에 따라서는, 하나의, 일종의, -ㄹ 수, -겠-, 이른바, 가능성, 어쩌면, -ㄹ 것이다, -고 하겠다, 아마도, 거의, 주로, 크게, 비교적, 그리, 다소, 적잖다, 지나치지 않다,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곤란하다, 무리가 있다, 필요성이 제기된다, 필요로 한다, 우려가 있다, 하고도 남는다, 알려져 있다, 판단되어진다, 듯하다, 성싶다 ….” 재미있는 것은 외래말투가 많다는 점이다.

에두르기는 잘만 쓰면 상대에게 겸손·공손·헤아림으로 다가가는 방편이 된다. 문제는 버릇으로 막 쓴다는 현실이고, 비겁·부정직·무책임을 드러내는 말투로 떨어질 위험이 높으며, 결국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 군말이나 다리아랫소리가 되게 한다는 점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257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922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3973
3106 '넓다'와 '밟다' 風文 2023.12.06 1792
3105 ‘사흘’ 사태, 그래서 어쩌라고 風文 2022.08.21 1793
3104 열쇳말, 다섯 살까지 風文 2022.11.22 1793
3103 좋음과 나쁨, 제2외국어 교육 風文 2022.07.08 1799
3102 독불장군, 만인의 ‘씨’ 風文 2022.11.10 1800
3101 참고와 참조 風文 2023.07.09 1803
3100 혼성어 風文 2022.05.18 1804
3099 우리나라 風文 2023.06.21 1804
3098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1.07 1806
3097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1819
3096 청마 / 고명딸 風文 2020.05.23 1821
3095 후텁지근한 風文 2023.11.15 1832
3094 ‘걸다’, 약속하는 말 / ‘존버’와 신문 風文 2023.10.13 1834
3093 웨하스 / 염장 風文 2020.06.10 1837
3092 한소끔과 한 움큼 風文 2023.12.28 1838
3091 공화 정신 風文 2022.01.11 1845
3090 존맛 風文 2023.06.28 1848
3089 한글박물관 / 월식 風文 2020.06.09 1850
3088 헤로인 / 슈퍼세이브 風文 2020.06.03 1853
3087 ‘외국어’라는 외부, ‘영어’라는 내부 風文 2022.11.28 1859
3086 빛깔 이름/ 염지 風文 2020.05.18 1860
3085 4·3과 제주어, 허버허버 風文 2022.09.15 186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