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레
풀꽃이름
날씨가 쌀쌀한데, 생각해 보니 난로 위에서 끓는 주전자의 따뜻한 김을 본 지도 꽤 오래된 듯하다. 주전자에 넣어 끓이던 차들도 이제 간단한 티백으로 바뀌고 정수기 물을 부어 마신다. 요즘 사람들에게 ‘우려내는’ 일은 답답하고 지루할지도 모른다.
‘둥굴레’는 요즘 차로도 많이 마시는데, 뿌리줄기를 우려내면 땅콩같이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신속이 지은 <신간구황촬요>(1660)는 기근 구제법에 관한 책인데, 콩을 물에 불렸다가 짓씹어 먹으라는 내용 등을 보면 무척 마음이 아프다. ‘둥굴레’는 ‘둥구레’로 적었고 무릇과 송피와 함께 고아 먹으라고 썼다. 그래서인지 ‘죽네풀’이라는 별명도 있다.
‘둥굴레’는 말맛과 같이 모양을 본받은 말일 터인데, 잎도 모나지 않고, 동그란 열매가 줄줄이 달려서 ‘둥굴레’라고 이름 붙인 듯하다. 그러나 꽃 모양으로 말미암아 ‘괴불꽃’이라고도 했다. ‘괴불’은 어린아이 주머니 끈 끝에 차는 세모 모양의 조그만 노리개다.
옛사람들이 ‘살고자’ 마셨던 둥굴레의 차맛이 오늘날 ‘별다방’(스타벅스)이나 ‘콩다방’(커피빈스)보다 못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사진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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