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5.06 12:04

소와리골

조회 수 7163 추천 수 1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소와리골

땅이름

김유정은 스물아홉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토속 작가다. 그래서 그런지 안성 쪽 박두진 문학관이나 경주의 김동리 문학관과 대비할 때, 그의 생가를 배경으로 조성된 유정 문학관은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봄봄> <동백꽃> <소낙비> <만무방>과 같이 제목에서부터 정감을 드러낸다. “제-미 키두. 개돼지는 푹푹 크는데 왜 이리도 사람은 안 크는지.” 딸이 크면 성례를 올려 주겠다는 마름의 말을 믿고 데릴사위 노릇을 하는 <봄봄>의 ‘나’가 뱉어놓은 바보 같은 중얼거림에서 우리는 안타까움보다는 부드럽고 상큼한 웃음을 지어낼 수 있다. 이런 김유정의 문학을 키워낸 바탕에는 그가 살았던 마을과 순박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의 마을 뒷산에는 유정이 다녔음직한 골짜기와 고개가 한눈에 보이는데, 이들 산에는 소나무·갈나무·생강나무 등이 아름답게 자란다.

‘소와리골’도 유정의 뒷산에 있는 골짜기의 하나다. ‘소와리’는 ‘송화’가 변한 말이라고 하는데, 어쩌면 ‘소아리’를 뜻하는 말일 수도 있다. ‘소아리’는 사전에 실리지 않은 강원도 토박이말로 ‘잎이 많은 소나무 가지’를 뜻하는 말이다. 이 말은 ‘소나무’를 뜻하는 ‘솔’에 ‘아지’ 계통의 ‘아리’가 붙어 된 말로, 어린 소나무일수록 잎이 짙고 무성하다. 늦가을이나 이른 봄에 시간이 날 때면, 담장 대신 소아리를 베어다 울타리를 만들던 풍습이 사라진 지 오래 되었는데, 유정의 문학지도에 ‘소와리골’은 토속어 ‘소아리’의 쓰임새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이라고 할 만하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84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144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6379
3106 위탁모, 땅거미 風文 2020.05.07 1605
3105 한자를 몰라도 風文 2022.01.09 1607
3104 질척거리다, 마약 김밥 風文 2022.12.01 1610
3103 ‘걸다’, 약속하는 말 / ‘존버’와 신문 風文 2023.10.13 1611
3102 독불장군, 만인의 ‘씨’ 風文 2022.11.10 1612
3101 ‘사흘’ 사태, 그래서 어쩌라고 風文 2022.08.21 1613
3100 열쇳말, 다섯 살까지 風文 2022.11.22 1622
3099 공화 정신 風文 2022.01.11 1623
3098 납작하다, 국가 사전을 다시? 주인장 2022.10.20 1623
3097 8월의 크리스마스 / 땅꺼짐 風文 2020.06.06 1628
3096 웃어른/ 윗집/ 위층 風文 2024.03.26 1629
3095 이 자리를 빌려 風文 2023.06.06 1635
3094 한국어의 위상 風文 2022.05.11 1641
3093 ‘괴담’ 되돌려주기 風文 2023.11.01 1643
3092 ‘개덥다’고? 風文 2023.11.24 1643
3091 우리나라 風文 2023.06.21 1649
3090 국어 영역 / 애정 행각 風文 2020.06.15 1654
3089 좋음과 나쁨, 제2외국어 교육 風文 2022.07.08 1657
3088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 風文 2024.02.17 1667
3087 ‘외국어’라는 외부, ‘영어’라는 내부 風文 2022.11.28 1668
3086 바람을 피다? 風文 2024.01.20 1668
3085 하룻강아지 / 밥약 風文 2020.05.29 167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