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5.03 17:04

실레마을과 시루

조회 수 7772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실레마을과 시루

땅이름

김유정이 태어난 마을 이름은 실레마을이다. 한자어로는 ‘증리’(甑里)라 하니 이는 곧 떡을 찌는 ‘시루’를 뜻한다. 김유정은 “춘천읍에서 한 이십리 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닫는 조그만 마을”로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득한 마을로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라고 묘사하였다.

땅이름 가운데는 땅의 모양에서 생겨난 것들이 많다. 실레마을이 시루를 닮은 데서 비롯된 것처럼 시루를 닮은 산을 ‘시루뫼’ 또는 ‘증봉’, ‘증산’이라고 부른다. ‘시루봉’은 분지를 이룬 마을에서는 비교적 자주 발견되며, 시루의 방언인 ‘시리’, ‘실리’, ‘실기’, ‘슬구’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시루의 겉모습이 둥긋한 데 비해 시루의 안쪽은 옴팍하게 파여 있으니, 김유정의 고향 마을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을 ‘실레’라 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집이라야 대개 쓰러질 듯한 헌 초가요, 그나마도 오십 호밖에 못 되는 빈약한 촌” 마을인 실레마을에서 “주위가 이렇게 시적이니만치 그들의 생활도 어디인가 시적이고 어수룩하고 꾸밈이 없다”는 김유정의 <봄봄> 마을.

땅이름은 사람이 붙인 것이지만, 사람들은 다시 그 이름을 닮아가며 살아간다. 생강나무를 동백꽃이라 하고, 지주와 빚쟁이들이 무서워 제 논의 벼를 수확하지 못한 채 몰래 베어 먹어야 하는 동생을 위해 밤새 도둑을 지키는 형을 ‘만무방’(염치없이 막돼먹은 사람)이라 부르는 순박함이 실레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였음을 김유정의 작품에서 읽어낼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57232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203732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18609
    read more
  4. 싸목싸목 허소!

    Date2009.11.29 By바람의종 Views9708
    Read More
  5. 싸드락싸드락 묵소!

    Date2009.11.23 By바람의종 Views9288
    Read More
  6. 싸대기

    Date2010.07.19 By바람의종 Views8996
    Read More
  7. 싸다와 누다

    Date2009.10.01 By바람의종 Views9159
    Read More
  8. 싸다

    Date2008.04.07 By바람의종 Views6940
    Read More
  9. 싸게 가더라고!

    Date2009.10.01 By바람의종 Views7600
    Read More
  10. 십팔번, 가라오케

    Date2008.09.29 By바람의종 Views7139
    Read More
  11. 십팔번

    Date2007.10.22 By바람의종 Views7058
    Read More
  12. 십상이다

    Date2007.05.16 By바람의종 Views6996
    Read More
  13. 십상이다

    Date2010.08.11 By바람의종 Views14417
    Read More
  14.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

    Date2009.05.01 By바람의종 Views14679
    Read More
  15. 심심파적

    Date2007.05.15 By바람의종 Views9845
    Read More
  16. 심금을 울리다

    Date2008.01.19 By바람의종 Views13214
    Read More
  17. 실용글

    Date2008.08.11 By바람의종 Views4846
    Read More
  18. 실업난

    Date2009.02.04 By바람의종 Views8581
    Read More
  19. 실버

    Date2010.05.05 By바람의종 Views9022
    Read More
  20. 실레마을과 시루

    Date2008.05.03 By바람의종 Views7772
    Read More
  21. 실랑이와 승강이

    Date2010.04.24 By바람의종 Views10536
    Read More
  22. 실랑이

    Date2009.12.04 By바람의종 Views8992
    Read More
  23. 실내체육관의 주소지

    Date2009.11.19 By바람의종 Views7789
    Read More
  24. 실구디·실구지

    Date2008.06.16 By바람의종 Views7865
    Read More
  25. 신토불이

    Date2008.10.30 By바람의종 Views743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