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5.03 17:04

실레마을과 시루

조회 수 7518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실레마을과 시루

땅이름

김유정이 태어난 마을 이름은 실레마을이다. 한자어로는 ‘증리’(甑里)라 하니 이는 곧 떡을 찌는 ‘시루’를 뜻한다. 김유정은 “춘천읍에서 한 이십리 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닫는 조그만 마을”로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득한 마을로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라고 묘사하였다.

땅이름 가운데는 땅의 모양에서 생겨난 것들이 많다. 실레마을이 시루를 닮은 데서 비롯된 것처럼 시루를 닮은 산을 ‘시루뫼’ 또는 ‘증봉’, ‘증산’이라고 부른다. ‘시루봉’은 분지를 이룬 마을에서는 비교적 자주 발견되며, 시루의 방언인 ‘시리’, ‘실리’, ‘실기’, ‘슬구’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시루의 겉모습이 둥긋한 데 비해 시루의 안쪽은 옴팍하게 파여 있으니, 김유정의 고향 마을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을 ‘실레’라 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집이라야 대개 쓰러질 듯한 헌 초가요, 그나마도 오십 호밖에 못 되는 빈약한 촌” 마을인 실레마을에서 “주위가 이렇게 시적이니만치 그들의 생활도 어디인가 시적이고 어수룩하고 꾸밈이 없다”는 김유정의 <봄봄> 마을.

땅이름은 사람이 붙인 것이지만, 사람들은 다시 그 이름을 닮아가며 살아간다. 생강나무를 동백꽃이라 하고, 지주와 빚쟁이들이 무서워 제 논의 벼를 수확하지 못한 채 몰래 베어 먹어야 하는 동생을 위해 밤새 도둑을 지키는 형을 ‘만무방’(염치없이 막돼먹은 사람)이라 부르는 순박함이 실레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였음을 김유정의 작품에서 읽어낼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720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368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8669
3124 자백과 고백 風文 2022.01.12 891
3123 오염된 소통 風文 2022.01.12 948
3122 공화 정신 風文 2022.01.11 1107
3121 띄어쓰기 특례 風文 2022.01.11 1293
3120 올바른 명칭 風文 2022.01.09 766
3119 한자를 몰라도 風文 2022.01.09 1006
3118 일고의 가치 風文 2022.01.07 796
3117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1.07 1002
3116 공적인 말하기 風文 2021.12.01 1053
3115 더(the) 한국말 風文 2021.12.01 842
3114 지명의 의의 風文 2021.11.15 1164
3113 유신의 추억 風文 2021.11.15 932
3112 주어 없는 말 風文 2021.11.10 856
3111 국민께 감사를 風文 2021.11.10 999
3110 방언의 힘 風文 2021.11.02 1120
3109 평등을 향하여 風文 2021.11.02 1190
3108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 風文 2021.10.31 764
3107 외부인과 내부인 風文 2021.10.31 1136
3106 개헌을 한다면 風文 2021.10.31 769
3105 소통과 삐딱함 風文 2021.10.30 821
3104 말의 미혹 風文 2021.10.30 954
3103 난민과 탈북자 風文 2021.10.28 91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