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27 05:11

공암진

조회 수 7630 추천 수 1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공암진

땅이름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고려 공민왕 때 공암진에서 평민 두 형제가 함께 길을 가다가 아우가 황금 두 덩이를 주워서 형에게 하나를 주었는데, 동생이 갑자기 남은 금을 물에 던지므로 형이 괴이하게 여겨 그 까닭을 물으니, “제가 평소 형을 우애하였는데, 금을 나누어 가진 뒤 형님을 꺼리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것은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니 강에 던지는 것이 낫겠습니다”라고 대답하므로, 형도 아우에게 받은 금을 물에 던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가 남아 있는 공암진은 지금의 서울 강서구로 옛날 이름은 제차파의현(齊次巴衣縣)이다. 이 이름에서 ‘파의’는 ‘바위’를 뜻하는 말인데, 한자를 빌려 쓸 때는 ‘파의’ 또는 ‘파혜’(波兮)로 표기하였다. <삼국사기> 지리지의 ‘별사파의’, ‘구사파의’, ‘밀파의’ 등의 땅이름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이름들은 대체로 ‘고개’를 뜻하는 ‘현’(峴)이나 ‘바위’를 뜻하는 ‘암’(巖)으로 바뀌었다.

‘바위’의 옛말은 ‘바회’다. <감산사미륵보살광배명>에는 ‘동해유반변’(東海攸反邊)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 때의 ‘유반’도 ‘바회’다. 유(攸)는 ‘바 유’로 ‘소’(所)와 같은 뜻이며, 외(外)는 한자의 음을 표기한 것이다. ‘마음’을 ‘심음’(心音), ‘가을’을 ‘추찰’(秋察)로 표기하듯이, 한자를 빌려 우리말 단어를 표기할 때 뜻을 중심으로 하고 음을 덧붙이는 원리를 따른 것이다.

사람의 심성이 땅을 닮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강산이 변하여 공암진의 바위와 형제투금 전설을 다시 찾는 일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59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503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0002
334 난민과 탈북자 風文 2021.10.28 1224
333 말의 미혹 風文 2021.10.30 1190
332 소통과 삐딱함 風文 2021.10.30 1075
331 개헌을 한다면 風文 2021.10.31 1088
330 외부인과 내부인 風文 2021.10.31 1369
329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 風文 2021.10.31 1068
328 평등을 향하여 風文 2021.11.02 1541
327 방언의 힘 風文 2021.11.02 1367
326 국민께 감사를 風文 2021.11.10 1257
325 주어 없는 말 風文 2021.11.10 1138
324 유신의 추억 風文 2021.11.15 1255
323 지명의 의의 風文 2021.11.15 1456
322 더(the) 한국말 風文 2021.12.01 1156
321 공적인 말하기 風文 2021.12.01 1304
320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1.07 1357
319 일고의 가치 風文 2022.01.07 1068
318 한자를 몰라도 風文 2022.01.09 1401
317 올바른 명칭 風文 2022.01.09 1036
316 띄어쓰기 특례 風文 2022.01.11 1637
315 공화 정신 風文 2022.01.11 1454
314 오염된 소통 風文 2022.01.12 1336
313 자백과 고백 風文 2022.01.12 123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5 136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