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17 23:53

인사말

조회 수 7116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인사말

인사말이 복잡한 듯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관혼상제를 비롯한 큰일들이 잦을 뿐이지 말이 복잡한 게 아닌데다, 요즘은 어려운 한자말도 거의 쓰지 않고, 토박이 인사말은 삶의 바탕을 헤아려 짚는 까닭에 무척 진솔하다.

아침에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평안히 주무셨습니까?” 하면 “잘 주무셨는가? 잘 잤니?” 한다. 늦은 아침에는 “진지 드셨습니까? 아침 잡수셨습니까? 아침 드셨나? 밥 먹었나? …” 한다. 때에 따라 아침 대신 ‘점심·저녁’을 바꿔 말하면 그만이다.

‘밥 인사’를 낡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적잖다. 우리가 언제부터 배불리 살았다고? 일부러 끼니를 거르는 이도 있다지만 이만한 인사말보다 나을 게 따로 있을 성싶지 않다. 그럭저럭 이런 인사말도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로 단순해지고 있다. 거의 사무·의례적인 인사말, 한국의 대표적인 인사말로도 굳어진 듯하다. ‘안녕’만 따로 떼 만나고 헤어질 때 두루 쓴다. 그렇다고 ‘반가워!’나 ‘잘 가! 또 봐!’ 들보다 낫다는 말은 아니다.

일터에서도 ‘안녕하십니까’면 통하는데, “일찍 나오셨습니다! 벌써 나오셨습니까? 좀 늦었습니다, 이제 나오십니까? …”로, 이웃을 만나거나 일터 밖에서는 “어디 가십니까? 들에 나가십니까? 어디 갔다 오십니까? …”처럼 때와 곳에 따라 말을 맞추어 쓴다. “아, 반갑네! 저기 갔다 오는 길일세! 별일 없는가? 여긴 웬일인가?”에 이르면 깊이 소통하는 수준이 된다.

인사는 가볍게 주고받고 넘어가는 버릇말이고, 절·악수·눈인사로 대신할 수도 있지만, 빠지면 사달이 난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까닭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065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708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2211
2662 인왕산 바람의종 2008.06.25 5820
2661 인쇄된 기억, 하루아침에 風文 2022.08.12 1101
2660 인상착의, 금품수수 바람의종 2009.08.06 7472
2659 인사말 바람의종 2008.01.22 8788
» 인사말 바람의종 2008.04.17 7116
2657 인사 바람의종 2008.04.15 9717
2656 인기척, 허하다 風文 2022.08.17 1225
2655 인구에 회자되다 바람의종 2008.01.27 13585
2654 인과와 편향, 같잖다 風文 2022.10.10 857
2653 이팝나무 바람의종 2008.02.27 11231
2652 이판사판 바람의종 2010.04.23 10646
2651 이판사판 바람의종 2007.12.17 8486
2650 이중피동의 쓸모 風文 2023.11.10 810
2649 이제서야, 그제서야 바람의종 2009.07.08 9170
2648 이제나저제나 바람의종 2010.03.10 10420
2647 이음새 바람의종 2010.03.16 10623
2646 이용과 사용 바람의종 2009.05.06 10016
2645 이었다, 이였다 바람의종 2012.10.08 29962
2644 이바지 바람의종 2009.05.24 5886
2643 이무기 바람의종 2009.07.13 7163
2642 이모작 바람의종 2009.10.02 8468
2641 이마귀 바람의종 2008.01.24 911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 156 Next
/ 156